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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chard Pere & Fils Meursault 1998

★★★(별5개 만점)

 홍상수의 영화 '밤과낮'은 유난히 굴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게눈 감추듯 굴을 먹어치우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도 어찌나 굴이 먹고 싶던지.

 마트에 마실갔다가 굴이 보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카트에 집어 넣었다. 한 봉지 사면 한 봉지가 공짜라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굴을 그릇에 담고, 보관 중이던 Bouchard Pere & Fils Meursault를 꺼냈다.

 잔에 따라 비춰보니, 아름다운 황금빛이 나고, 사과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한다. 입안에서 굴려보니 시큼 씁쓸하고 알싸한 느낌도 조금 난다. 레드와인 만은 못하지만,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굴과 잘 어울렸고,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었다. 다만 맛의 여운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좋게 말하면 깔끔한,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와인이다. 채워지지 않는 도화지 같은 느낌이다.

 ※Bouchard Pere & Fils는 본(Beaune) 지역의 샤또로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와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8년 이곳의 작황은 평년수준으로, 98년의 화이트 와인은 조금 오래 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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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보름’(음력 1월15일)이다.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이날이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더위팔기, 부럼 깨물기 등의 풍속을 통해 한 해 동안의 건강을 소망했다. 특히나 이날은 먹거리가 풍부한 날이다. ‘상원절식(上元節食)’이라 하여 복쌈, 진채식, 귀밝이술, 오곡밥 등을 먹었다. 조상들은 왜 대보름을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여기며, 이날 먹는 음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원절식은 몸을 지키는 음식

대보름 음식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음식이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지 않았던 옛 시절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해진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를 도와 주는 훌륭한 식품이다. 오곡밥 역시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는 음과 땅을 상징하는 달의 움직임을 중요시한 까닭에 가장 큰 달이 뜨는 이날을 맞아 겨울의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농사 짓을 준비를 시작했던 것. 음식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몸의 원기를 북돋아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을 즐겨 먹었던 습속이 전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곡밥과 약식=궁궐과 반가에서는 약식을 즐겨 먹었고 서민들은 오곡밥을 주로 해 먹었다. 오곡밥은 찹쌀, 차수수, 팥,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 탄수화물 섭취에 치우친 쌀밥과는 달리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균형 잡힌 음식으로 평가된다. 오곡밥에는 다음해에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담겨 있다. 대보름 날 세 곳 이상 다른 성(姓)씨 집에서 지은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아진다 하여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었으며, 또 하루 동안 아홉 번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해 여러 차례 먹기도 했다. 약식은 찹쌀, 대추, 밥, 꿀, 잣 등을 섞어 찐 밥으로 신라 시대부터 전해진 대보름 음식이다.

▲부럼=‘동국세시기’를 보면 ‘상원(대보름) 이른 새벽에 날 밤, 호두, 은행, 무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듯 호두, 밤, 잣, 은행 등을 깨물며 한 해의 무사태평과 건강을 기원했다. 호두는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고 기침, 가래를 삭여준다.

잣은 한방에서도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식품. 단백질과 지방유가 있어 관절 질환과 신경통 환자에게 좋다. 변비를 없애주며 건조한 호흡기의 윤활제로 천식에도 사용한다. 견과류는 전체적으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우리 몸에 필요한 양질의 지방을 얻을 수 있고 기운을 돋워준다.

▲진채식과 복쌈=진채란 묵은 나물을 뜻한다. 박나물, 버섯, 순무, 콩나물, 고사리, 시래기 등 갖은 나물을 묵혀 두었다가 이날 무쳐서 먹었다. 이것을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복쌈은 취나물, 배춧잎, 김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한다. 이 복쌈을 여러 개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신에게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쌈을 쌓아 먹은 것에는 풍년 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붉은 색은 악귀를 쫓는 색이라 하며 먹었던 ‘팥죽’,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 등의 대보름 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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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밀레니엄 힐튼 호텔을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다보면 아무 것도 없을 것만 같은 곳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벽은 거푸집을 떼어난 뒤 칠을 하거나 덧씌우지 않은 채 양회 특유의 투박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면을 가득 채운 3층 높이의 유리벽 뒤로 드러나는 차가운 청백색과 따스한 황색의 불빛은 그것대로 또 외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끈다.

하나의 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저쪽과 이쪽은 전혀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하루 일과에 지친 태양은 일찍도 산 너머로 쉬러 가고, 어둠과 추위 만이 지배하는 이쪽과 여유로워 보이는 저쪽의 사람들 모습은 너무 이질적이다. 평범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풍경. 밖으로 풍겨 나오는 그 특별함으로부터 이미 적지 않은 출혈을 예상할 수 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작고 촘촘한 거울들과 나이트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은빛으로 빛나는 구가 하늘에 달린 작은 공간은 잠시 바깥 세상을 잊게 만든다.  지하층, 2층, 4층 대신 적혀 있는(층간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 'hell' , 'earth', 'heven' 버튼은 엘리베이터가 나를 천상의 세계로 데려다 줄 것만 같다.

모던한 빛의 세계는 신전을 연상케 한다. 창밖에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천국의 문이 열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모던한 빛의 세계다. 2층 대리석 느낌의 바닥(정말 대리석인지도 모르겠다)에서도, 열린 공간 위로 이어져 있는 상부층의 바닥에서도 은은한 빛이 감돈다. 여기에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초와 몇몇 곳에 장식된 초들이 만들어 내는 황금색 빛이 이 공간을 비추는 조명의 전부다. 어둡지만 조명과 벽체가 일체화 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naos nova' (새로운 신전)라는 이름에 걸맞다. 직원들이 하늘하늘한 드레스라도 입고 있었다면, 정말 신들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으리라.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찾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둠에 잠긴 도시에 밝혀진 점점의 조명은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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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만 놓고 본다면 미슐랭가이드의 별 세개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슐랭 가이드 대한민국 판이 만들어 진다고 가정 할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내놓은 음식을 맛보는 순간 naos nova는 천국이 아닌 지옥이 된다.

'이정도라면 음식도...' 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빵을 먹고 나서 나온 차가운 전체요리는 베이컨을 감싼 딸기다. 베이컨에 딸기라니, 이건 한순간에 기대를 무너뜨리는 맛이다. 폼생폼사인가. 베이컨과 딸기의 맛은 전혀 조화되지 않는다. 두번째 요리는 감자 슬라이스를 얹힌 고로케. 내가 왜 여기서 고로케를 먹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천상에서 먹는 고로케라니...더군다나 따뜻한 요리를 차가운 접시에 그대로 내와 다 먹기도 전에 음식이 식어 버렸다. 세번째 코스는 단호박 스프. 스프에 생크림 혹은 계란을 섞은 듯 부드럽다. 부드러움이 지나쳐 단호박의 맛을 느끼기 힘들다. 이어지는 참깨와 크래송 샐러드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그래도 메인요리만 맛있다면 다 용서하리라. 메인요리는 미디엄으로 구운 꽃등심이다. 뜻밖에도 따뜻한 접시에 담겨나온 요리를 보고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향기가 심상치 않다. 소금과 후추로 간 한 날것을 기대했던 터라 소스가 뿌려진 등심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시큼한 맛이 강한 소스가 고기의 맛을 죽여버리고 있다.

직원을 불러, 소스가 뭔지 물었다. 직원은 무슨 소스인지 대답은 안하고, "한국적인 입맛에 맞도록 만든 것"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무슨 소스인지 몰랐으리라. "원래 이렇게 소스를 바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불만스럽지만 원래 그런 요리라고 하니, 멋 모르고 요리를 주문한 내 자신을 탓할 밖에.

분위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naos nova'만한 곳도 없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면 얘기가 다르다.

나를 정말 실망시킨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무난한 후식과 차를 마시고 레스토랑을 나서려고 할 때, 아까 그 직원이 "주방에서는 고기에 소스를 뿌린 일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 내가 먹은 것은 뭐란 말인가?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허탈했다. 차라리 나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경우라면 주방의 말을 그대로 전할 것이 아니라 사과하는 것이 합당하다. 나는 잘못 만들어진 요리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직원이 사실 관계를 잘 못 전한 것인가. 어느 쪽이든 고객에게는 불쾌한 일이다.

분명 naos nova의 인테리어는 최고 수준이며, 저가 와인에서부터 수백만원을 호가가는 다양한 와인리스트도 훌륭하다. 가격대도 삼청동의 와인바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확실히 재고만 있다면 충분히 즐겁게 와인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레스토랑으로서의 naos nova는 이대로라면 추천할 수 없다. 베이커리를 제외한 음식과 접대예절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만한 가격에 이곳보다 더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은 서울에 널리고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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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VIA 2003

★★ (별 다섯개 만점)

보통 프랑스 와인과 달리 Blavia의 라벨은 담백하다. 미술시간에 교과서에서 본 듯한 두상이 하나 그려져 있고, 커다른 활자로 'BLAVIA'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소믈리에에게 과실향의 부드러움과 탄닌의 강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와인을 부탁했다. 그가 추천해준 와인이 Blavia다.

Blavia는 보르도 마고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양조장의 주인은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이다. 그래서인지 보르도 와인답지 않게 메를로 하나의 품종만으로 주조됐다.

메를로는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한다면 좀 더 여성적인 품종이라고 하겠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추천하며 메를로 답지 않게 두터움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이스팅을 할 때부터 과실향과 함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첫 맛은 달콤함, 그리고 마지막은 씁쓸함이다. 어느정도 들어맞는다 싶다. 하지만 한 잔 한 잔 마실수록 시큼한 느낌이 강해진다. 이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새콤달콤 캔디'라고 할 수 있겠다.

싫지 않은 신맛이지만, 캔디를 즐겨 먹지 않는 내 취향의 와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맛이 나쁜 와인은 아니고 사탕처럼 신맛과 단맛이 입안 전체를 자극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 할 만하다.

소믈리에에게 요구한 두터움은 찾을 수 없고, 점도도 맛 만큼이나 무겁지 않다. 이 가격대에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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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2005

★★★(별5개 만점)

칠레 와인이 국내에 첫 발을 내딛은 게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저가 와인에서는 칠레산을 당할 자가 없을 만큼 보편화가 됐고 시판되는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 중 '몬테스 알파'는, '1865'과 함께 중저가 시장의 쌍두마차라 부를 만한 와인이다.

지난해(2007) 특급호텔 와인 판매량에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1위를 차지했고, '1865'도 ' TOP5' 안에 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 두 와인에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와인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셔봤을 와인. 나 역시 몇번인가 이 와인을 마셔봤다. 그런데 글로 적으려니 어째서인지 '좋았다'라는 느낌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떤 맛이었지? 왜 좋았던 걸까.

그 궁금증을 풀기위해 다시 한 병을 구입했다. 마트에 보이는 건 2005년 빈티지. 벌써 2004년 이전 건 다 사라져 버린 모양이다. 새로운 빈티지를 맛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덥썩 구입을 했다.

집에 오기 무섭게 코르크를 따는데 어째서인지 잘게 부숴져버린다. 코르크가 말랐다는 건, 유통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여차저차 코르크를 빼 내고 향을 맡는다. 감기에 걸린 탓일까. 진한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흐릿한 장미향. 색은 검은빛이 도는 적색이다. 약간은 탁한듯도 하지만 느낌 괜찮은 색감이다. 입안에 흘려 넣으니 바닐라와 오크의 향, 달콤함과 시큼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과일의 향기는... 사과다.

이 가격대에서는 좋은 와인으로 불릴만큼 풍부한 맛과 향이 느껴진다. 탄닌의 텁텁함은 무거운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듯 하다.

식사와 함께, 혹은 편안한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가볍게 즐기려면 이만한 와인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좀더 저렴한 와인을 찾는다면 알파를 뺀 '몬테스'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맛의 조화와 점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엿보인다. 이전 빈티지에 비해서 시큼한 맛이 더 강해진 것도 단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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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bi soprani barolo 2002

별 없음 / 5개 만점

잔에 따를 때부터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얇고 탁한 오랜지 빛이 감도는 적색은 시각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불투명한 검은 병은 불순한 내용물을 숨기려는 위장이었을까.

잔을 들어 입에 대고 와인을 흘려넣는 순간 시큼한 느낌이 뇌까지 전해져온다.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탈리아 와인의 특성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너무 지나치다. 농밀함도 없고... 이건... 뭔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와인을 구입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이 와인은 낙제다.

Robert Mondavi Winery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02
★★★ / 5개 만점

깊은 숲 속 응달진 바위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수액을 손으로 훔쳐 입으로 가져간다. 혀 끝에 전해져 오는 달콤함을 음미하려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나니 놀랍게도 숲은 사라지고 나무 하나, 풀 한 뿌리 없는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액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하루종일 뜨거운 모래 언덕을 헤멘 것처럼 입안이 바짝 마른다. 내려다 보면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 절벽이다.

로버트 몬다비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 2002는 맛보는 순간 그 태생을 알게 해 준다. 혀에서 탐스러운 과실의 달콤함을 느낀 뒤 목으로 넘기면 서부의 건조한 기후를 그대로 담은 듯한 강한 탄닌의 느낌, 텁텁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드라이한 와인은 처음이다. 그리고 소금을 탄 듯 한 짭짤함, 다른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움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을 맞고 자란 포도 혹은 오랫동안 메마른 토양을 연상케 한다.

디켄팅 여부와 상관 없이 시종일관 강렬한 맛을 지키는 와인은 사막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선인장을 닮았다.

강력한 바디감으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Chateau Giscours 2004

★★★(5개 만점)

서울 강남의 세브도르 소믈리에가 빈티지로는 2003년이 더 좋은데, 지금 먹기에는 2004년이 더 좋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가격차도 있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2004년을 맛 봤습니다. 뭐 2003년보다 약간 싸다고는 해도 10만원이 살짝 넘으니, 저가의 와인은 아닙니다만...

테이스팅 때의 느낌은 씁쓸. 고급와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풍미, 그러나 색만은 탁하지 않은 제대로 된 진적색입니다.

디켄딩을 해서 천천히 맛을 봤습니다. 30분을 넘기면서 맛이 훌륭해 지더군요. 점점 맛이 순해지면서 마시기 딱 좋은 상태가 됐습니다. 표현하자면 뭐랄까, '썩은 고목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수액'같다고 해야할까.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된 듯, 씁쓸한 맛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더군요. 새 오크통이라면 토질의 특성(테루아르)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감이 잘 잡히질 않네요. 씁쓸하긴 하지만 달콤함과 무거운 탄닌의 맛이 더해져 이뤄서, 혀를 즐겁게 해 줍니다. 그렇다고 떫은 맛이 혀에 남지도 않아, 몇번이고 즐거운 기분으로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을 넘기면서는 다시 하강곡선. 빈티지가 좋지 않아서인지 한계를 드러내더군요.

한국음식, 특히 순대나 감자탕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샤토 지스쿠르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 마고 지역의 3등급 와인입니다. 세컨드 와인으로는 라 시렌 느 드 지스쿠르(La Sir ne de Giscours)가 있습니다.

Chateau Brane-Cantenac '99

★★★★☆ (5개 만점)

샤또 브란 캉드냑. 보르도 마고의 특 2급 와인입니다. 99년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특별히 나쁘거나 좋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까다롭지도 않은 듯 합니다. 고급 와인일수록 긴 숙성기간이 필요한데, 캉드냑 99년 빈티지는 지금이 마시기에 딱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코르크 마개를 따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퍼져나오면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듭니다. 한모금 들이켜 보면 여러가지가 섞인 듯한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데요, 아, 이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자꾸만 잔을 입으로 끌어당기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슨 맛이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고 할까요. 신맛이긴 한데 싫지 않은 기분. 상큼함이 담겨있는 아주 희미한 시큼함. 탄닌지 지나치게 강해 떫거나 하지 않은데도 맛이 두텁다니 신기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20대의 아름다운 처녀같은 와인입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2004년 빈티지로 대체합니다.


★★☆(5개 만점) / Sweet Sweet~

산타 리타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2004년 산.

딸기향. 진한 선홍빛.


첫맛은 달콤, 자두향과 오크향 약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맛. 이탈리아 와인과는 다른 시큼한 느낌.

따자마자 바로 마실 수 있다.

식사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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