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촛불 시위와 관련 시위자들의 견해를 "완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타임의 보도가 나간 6일 대한민국 서울 세종로에는 촛불 시위 시작 이래 최대 인파가 운집,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세종로에 모인 수만명의 국민 대신 청와대 마당에서 불교계 원로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관 스님의 건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면서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약 촛불 시위에 나온 국민들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면 지관스님의 건의에 대해 그같은 답변을 했을 리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뜻은 알지만 본인의 뜻은 꺾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준 셈이 된다.

 이 대통령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랫동안 CEO로 일했고 CEO는 소비자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좀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노력할 것이다.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1~2년 내 진전을 보게 된다면 그 지지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했다.

국민의 건강권 보다 통상마찰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인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CEO가 아니라 대통령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꾸만 자신을 CEO라고 말한다. 국민은 소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대통령님, 인터뷰에서 완전 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데 실수로 '못'자를 빠뜨린게 아니신지?" 세종로가 청와대에서 너무 멀어 국민들이 "아"라고 말하면 "어"라고 들리는 모양이다.

 촛불시위를 시작한지 25일이 지났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기다려도 대답없는 청와대를 향해 국민들이 먼저 움직였지만 정부는 막힌 언로처럼 경찰력을 동원해 무력으로 길을 막았을 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몸을 막는다고 해서 마음까지 막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민심은 이반되고, 더 많은 촛불을 밝힐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일자 신문을 보자. 이 대통령이 장관.수석 등 4~5명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일간지 1면에 실렸다. 친박 일괄복당 허용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다. 국민들은 거리에서 피흘려가며 재협상을 외치고 있는데, 친박의 일괄복당 문제를 논의한다니, 국민들은 미친소 먹지 않아도 미칠 노릇이다.

 사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을 뿐,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국정수행이 쌓여 오늘날의 결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국민들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기업이 잘 된다고 국민이 잘 산다는 건 70년대 개발국가의 논리일 뿐이다. 구조조정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국민은 미래설계는 꿈꿀 수도 없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할 걱정에 근심만 늘어가고 있다.

 중고생들은 어떤가. 학교 성적 공개와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만 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공부만 잘하면 대학 나와 먹고살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바로 옆 짝꿍, 친구를 누르고 경쟁에서 승리자가 된다고 해도, 미래가 밝지 않다. 이들 앞에는 또 다른 무한경쟁의 사회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에 불안해진 국민들은 이제, 쇠고기 재협상뿐만 아니라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이를 몇몇 불순한 세력의 선동이나 소수 국민의 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꽃은 작지만, 그 불이 번지고 나면 그때는 불을 끄려고 해도 끌 수 없다는 것을 현 정권은 모르는가.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없다. 어설픈 반전 카드로는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국민들이 받아들일리 없다. 진심을 담은 사죄와 쇠고기 재협상, 그리고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한 국정운영을 약속하는 무조건 항복 말고는 다른 돌파구가 있을리 없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을 잊었는가.

 특검은 무려 4조5000억에 달하는 돈을 비자금이 아닌 이건희 회장의 개인돈이라고 결론내렸다. 우스운 것은 범죄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측, 즉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측의 주장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경찰과 검찰이 살인 용의자를 심문하면서 용의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 좋다. 스스로 수사 미진을 시인하는 무능력 함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이 회장과 임직원들이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과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배임)는 사실을 밝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1194개에 이르는 차명 계좌를 이용해 4조5000억이라는 막대한 재산을 숨겨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수사의 결실이라면 결실이다.

 그 큰 돈을 자신이 오너로 있는 회사의 임직원들 이름을 빌려 관리하고 여기에 다른 간부들이 개입한 것은 조직적 범죄다. 이 회장은 이러한 수법으로 1000억이 넘는 세금을 포탈했고 5000억이 넘는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오늘 공소제기하는 범죄사실은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한다.” 특검이 말한대로다.

 그런데 아무도 구속기소는 하지 않았다. 핵심 임원들을 구속하면 기업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국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한 이유다. 중범죄자를 엄단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국익에 보탬이 된단 말인가. 범죄를 저지르려면 국익과 연관될 만큼 크게 저지르라고 국민에게 가르치려는 모양이다.
 
 이어지는 다른 이유를 듣고 있노라면, 눈과 귀를 막고 싶어 진다. 특검은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으로,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4조5000억이나 되는 개인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한 것이 개인적 탐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차라리 회사의 경영을 위해서 비자금을 숨겨뒀던 것이라면 회사와 국익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개인 재산을 숨겨두는 것이 어째서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특검은 이 많은 돈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몰래 숨겨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돈이 미술품을 사는 것 외에 어떠한 용도로 쓰였으며, 그것이 어떻게 국익에 보탬이 됐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그러나 특검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1194개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금을 전혀 찾지 못한 특검은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계좌추척은 제대로 해 보지도 않았다. 수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넘겨 더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종결시키기까지 했다.

 조준웅 특검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삼성이 환부를 털어내고 명실상부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가 수사를 마친 후 중범죄자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수술을 마친 의사가 환자에게 덕담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 4월 18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이건희 회장 1128억 조세포탈' 기사와 함께 "한국은 가장 기업친화적 나라가 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뉴욕 연설 기사와 사진이 함께 실렸다. 굳이 이명박 대통령이 먼 미국까지 가서 말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쓸데없는 수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이라도 이번 수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업친화적인 나라인가를 알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40여건의 부동산을 가진 땅부자로 투기 의혹을 받아왔다. 이 후보자 장남의 경우 아예 상속세와 납세 명세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장남까지 포함하면 사퇴한 이 후보자 가족이 가진 부동산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과거 정권도 총리•장관 후보자가 땅투기 의혹, 자녀문제 등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춘호 후보 한 명 정도라면 인선 과정의 실수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수라고 말하기에는 논란 거리를 안고있는 후보들이 너무 많다.

 남주홍 통일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투기 의혹 외에도 딸과 아들의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의 경우, 외지인이 살 수 없는 절대농지를 구입했으며 자녀 2명이 미국 시민권을, 남편이 3개의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은 인수위가 5000명을 검증해서 내세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재력 면에서는 확실히 '대한민국 1%'라 불러도 좋을만한 이들이다. 하지만 도덕성은 1%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인력풀 중 부동산, 자녀국적, 병역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도 힘들단 말인가.

"부자들도 정치해야 되지, 가난한 사람만 정치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백지연의 SBS전망대'에서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 한 말이다. 물론 부자들도 정치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부자들이 땅투기로 부를 축척했고, 자식들은 딴나라 시민권 가진 이들을 말한다면, 그냥 속세에 파묻혀 입 꼭 다물고 조용히 살라고 말하고 싶다.
 값싼 비정규직 고용해, 돈 많이 버는 기업가들이 귀빈 대접을 받게 생겼다.

 인수위가 이명박 당선자의 뜻을 받들어 기업인 1000명을 선정,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공항 귀빈실에 가보니 기업인은 없고 정치인만 있다.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인이 귀빈실을 써야 한다고"고 말한 바 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우리나라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이미 떵떵거리고 대우 받을 만큼 받으며 사는 '귀빈'이다. 재벌 총수들을 보라. 주변에 가신들이 드글대고, 정치권과 검찰도 눈치를 볼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지금도 공항에서 '특별 손님'인 이들이 앞으로는 공식적인 '귀빈'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돈 잘 버는 기업가들은 나라가 인정해 주는 귀한 분이 되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노동자들은 그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2008년 1월 8일자 중앙일보에 '기업인 1000명 공항 귀빈실 이용'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3년 연장 추진'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노둥부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인수위에 보고한다고 한다.

 2006년 11월 이 법안이 만들어 질 때, 정부와 기업에서는 비정규직 고용기간 3년을 노동계에서는 1년을 주장했다. 그 절충안으로 2년의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정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협상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기업의 주장대로 비정규직 3년 고용이 가능하게 법을 뜯고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기업들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미리 해고하거나 아예 비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이 기간 중 해당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담도 없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2년차는 자르고, 3년차는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준단 말인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임금이 싸고, 맘껏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소모품처럼 쓰다가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새 인력을 구하면 그뿐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운전기사, 간병인 등 32개 업종으로 제한 된 파견근로자 허용 업종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쉽게 쓰고, 자를 수 있는 파견 근로자를 모든 업종에서 맘껏 고용하게 해 주겠다니 기업인들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20대의 대부분은 저임금 고노동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88만원 세대'다. 일부 전문직이나 공무원, 공기업 등을 제외하고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정규직' 자리마저 줄어든다면 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정규직이 되지 못한 고속열차 여 승무원들의 길고 처절한 싸움을 보라. 고속열차 운행을 앞둔 2004년 2월 새 직장에 대한 설램과 희망으로 가득찬 고속열차 1기 여승무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비정규직인 건 알고 있나요. 걱정 되지 않아요?" 라는 나의 질문에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 믿는다. 걱정하지 않는다"던 그들의 대답을 나는 기억한다.

 비정규직, 파견근로자는 회사에서 언제 계약 파기 통보를 받을 지 모르는 위태로운 신분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질수록 잘리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약자들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이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공로로 귀빈 대접까지 받게 된 셈이다.

 어차피 돈 많은 사람들은 돈 내고 공항 라운지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지갑이 가벼운 사람들은 그냥 공항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의 논리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기업인들을 떠받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돈 잘 버는 기업인들만 귀한가. 국민 한명 한명이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귀한 사람들임은 이 당선자는 모르는가. 이 당선자가 펼치려는 정책은 '따뜻한 자본주의'인가 아니면 '천민 자본주의'인가.
 이명박 당선자측이 취임도 하기 전에 '대운하' 건설을 계획대로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이자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4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반대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운하는 건설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2일에는 박형준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도대체 왜 이 당선자는 "집권하면 국내외 전문기술자들과 환경전문가들로 하여금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운하 건설을 서두르는 걸까.

 청계천이 그랬듯이 대형 토목공사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름부터 거창하게 한반도대운하가 아닌가. 이명박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이만한 건수가 없다. 4.9 총선을 앞둔 집권 초기 대운하를 통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적어도 공사기간 동안 경제적 효과는 분명히 발생한다. 환경단체 등 운하 반대쪽에서 주장하는 공사액수는 무려 54조원, 당선자 측에서 잡은 액수로 따져도 14조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에 뛰어들면서 전 국토가 공사판으로 변하고, 지역 곳곳에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역시 이명박"이라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는다. 벌써부터 지자체들은 대운하와 관련해 경기 부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4년. 더 연장될 경우 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적어도 이 당선자는 자신의 임기기간동안 민심을 얻어 강력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을 대운하를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물러가고 난 후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함바집'이 사라지듯 대운하 완공 후 지방의 건설 경기는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땅 값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저 거대한 '인공구조물'도 남는다.

 일단 만들었으니 써먹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고속도로로 5시간 철도로는 8시간이면 갈 수 있는 서울-부산을 60~70시간 걸려 운송할 화물이 얼마나 될 것인가. 반나절이면 태평양을 건너는 시대에, 느릿느릿 화물을 운송하는 운하라니. 대량 운송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겠지만, 고속도로와 이동경로가 겹치는 내륙운하라는 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운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2020년이면 지금보다 화물수송 수요가 두배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산업은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고, 생산분야도 시분을 다투는 IT 관련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부운하의 경우 민자로 건설한다고 하니, 건설사의 이익을 챙겨주려면 운송비용 또한 그리 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이익 보전을 위해 정부가 보상을 하거나 수많은 이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업성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환경문제다. 고속도로 때문에 생기는 생태계의 단절이나 터널 하나 뚫는 것 때문에 생기는 자연 파괴도 문제가 되는데, 대운하 건설로 발생할 생태계 변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운하는 물길로 국토를 3등분한다. 동물들도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상류와 하류가 단절돼, 어종의 순환 통로도 막히게 된다. 물론 대비책을 내놓는다고 하겠지만, 자연의 온전한 보전은 물 건너 얘기다.
 
 이 당선자 측에서는 죽어가는 강을 살리기 위해 하천을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천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보를 건설함에 따라 물 부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도로 교통량 감소로 인한 대기오염의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강바닥을 들어 엎는다고 죽어가는 강이 살아날까? 애초에 강을 죽인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다. 만약 운하를 중심으로 공장이 들어선다면, 강의 수질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보나 댐을 만들어 가둬둔 물이 썩지않고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당선자와 같은 한나라당인 홍준표 의원이 "수원지에 운하를 띄우는 나라는 없다. 물은 가두는 순간 썩는다"며 대운하를 반대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대운하 건설은 분명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좀더 심도 깊은 논의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이 당선자 측에서 밝혔듯이 한 번 만들어진 운하는 이명박 정권과 관계없이 100년 후의 후대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물길이 선물이 될지 재앙이 될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공사부터 시작'해서는 곤란하다. 무리하게 서둘러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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