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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chard Pere & Fils Meursault 1998

★★★(별5개 만점)

 홍상수의 영화 '밤과낮'은 유난히 굴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게눈 감추듯 굴을 먹어치우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도 어찌나 굴이 먹고 싶던지.

 마트에 마실갔다가 굴이 보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카트에 집어 넣었다. 한 봉지 사면 한 봉지가 공짜라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굴을 그릇에 담고, 보관 중이던 Bouchard Pere & Fils Meursault를 꺼냈다.

 잔에 따라 비춰보니, 아름다운 황금빛이 나고, 사과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한다. 입안에서 굴려보니 시큼 씁쓸하고 알싸한 느낌도 조금 난다. 레드와인 만은 못하지만,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굴과 잘 어울렸고,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었다. 다만 맛의 여운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좋게 말하면 깔끔한,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와인이다. 채워지지 않는 도화지 같은 느낌이다.

 ※Bouchard Pere & Fils는 본(Beaune) 지역의 샤또로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와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8년 이곳의 작황은 평년수준으로, 98년의 화이트 와인은 조금 오래 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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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VIA 2003

★★ (별 다섯개 만점)

보통 프랑스 와인과 달리 Blavia의 라벨은 담백하다. 미술시간에 교과서에서 본 듯한 두상이 하나 그려져 있고, 커다른 활자로 'BLAVIA'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소믈리에에게 과실향의 부드러움과 탄닌의 강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와인을 부탁했다. 그가 추천해준 와인이 Blavia다.

Blavia는 보르도 마고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양조장의 주인은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이다. 그래서인지 보르도 와인답지 않게 메를로 하나의 품종만으로 주조됐다.

메를로는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한다면 좀 더 여성적인 품종이라고 하겠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추천하며 메를로 답지 않게 두터움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이스팅을 할 때부터 과실향과 함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첫 맛은 달콤함, 그리고 마지막은 씁쓸함이다. 어느정도 들어맞는다 싶다. 하지만 한 잔 한 잔 마실수록 시큼한 느낌이 강해진다. 이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새콤달콤 캔디'라고 할 수 있겠다.

싫지 않은 신맛이지만, 캔디를 즐겨 먹지 않는 내 취향의 와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맛이 나쁜 와인은 아니고 사탕처럼 신맛과 단맛이 입안 전체를 자극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 할 만하다.

소믈리에에게 요구한 두터움은 찾을 수 없고, 점도도 맛 만큼이나 무겁지 않다. 이 가격대에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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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2005

★★★(별5개 만점)

칠레 와인이 국내에 첫 발을 내딛은 게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저가 와인에서는 칠레산을 당할 자가 없을 만큼 보편화가 됐고 시판되는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 중 '몬테스 알파'는, '1865'과 함께 중저가 시장의 쌍두마차라 부를 만한 와인이다.

지난해(2007) 특급호텔 와인 판매량에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1위를 차지했고, '1865'도 ' TOP5' 안에 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 두 와인에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와인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셔봤을 와인. 나 역시 몇번인가 이 와인을 마셔봤다. 그런데 글로 적으려니 어째서인지 '좋았다'라는 느낌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떤 맛이었지? 왜 좋았던 걸까.

그 궁금증을 풀기위해 다시 한 병을 구입했다. 마트에 보이는 건 2005년 빈티지. 벌써 2004년 이전 건 다 사라져 버린 모양이다. 새로운 빈티지를 맛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덥썩 구입을 했다.

집에 오기 무섭게 코르크를 따는데 어째서인지 잘게 부숴져버린다. 코르크가 말랐다는 건, 유통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여차저차 코르크를 빼 내고 향을 맡는다. 감기에 걸린 탓일까. 진한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흐릿한 장미향. 색은 검은빛이 도는 적색이다. 약간은 탁한듯도 하지만 느낌 괜찮은 색감이다. 입안에 흘려 넣으니 바닐라와 오크의 향, 달콤함과 시큼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과일의 향기는... 사과다.

이 가격대에서는 좋은 와인으로 불릴만큼 풍부한 맛과 향이 느껴진다. 탄닌의 텁텁함은 무거운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듯 하다.

식사와 함께, 혹은 편안한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가볍게 즐기려면 이만한 와인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좀더 저렴한 와인을 찾는다면 알파를 뺀 '몬테스'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맛의 조화와 점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엿보인다. 이전 빈티지에 비해서 시큼한 맛이 더 강해진 것도 단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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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bi soprani barolo 2002

별 없음 / 5개 만점

잔에 따를 때부터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얇고 탁한 오랜지 빛이 감도는 적색은 시각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불투명한 검은 병은 불순한 내용물을 숨기려는 위장이었을까.

잔을 들어 입에 대고 와인을 흘려넣는 순간 시큼한 느낌이 뇌까지 전해져온다.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탈리아 와인의 특성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너무 지나치다. 농밀함도 없고... 이건... 뭔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와인을 구입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이 와인은 낙제다.

Chateau Giscours 2004

★★★(5개 만점)

서울 강남의 세브도르 소믈리에가 빈티지로는 2003년이 더 좋은데, 지금 먹기에는 2004년이 더 좋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가격차도 있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2004년을 맛 봤습니다. 뭐 2003년보다 약간 싸다고는 해도 10만원이 살짝 넘으니, 저가의 와인은 아닙니다만...

테이스팅 때의 느낌은 씁쓸. 고급와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풍미, 그러나 색만은 탁하지 않은 제대로 된 진적색입니다.

디켄딩을 해서 천천히 맛을 봤습니다. 30분을 넘기면서 맛이 훌륭해 지더군요. 점점 맛이 순해지면서 마시기 딱 좋은 상태가 됐습니다. 표현하자면 뭐랄까, '썩은 고목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수액'같다고 해야할까.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된 듯, 씁쓸한 맛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더군요. 새 오크통이라면 토질의 특성(테루아르)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감이 잘 잡히질 않네요. 씁쓸하긴 하지만 달콤함과 무거운 탄닌의 맛이 더해져 이뤄서, 혀를 즐겁게 해 줍니다. 그렇다고 떫은 맛이 혀에 남지도 않아, 몇번이고 즐거운 기분으로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을 넘기면서는 다시 하강곡선. 빈티지가 좋지 않아서인지 한계를 드러내더군요.

한국음식, 특히 순대나 감자탕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샤토 지스쿠르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 마고 지역의 3등급 와인입니다. 세컨드 와인으로는 라 시렌 느 드 지스쿠르(La Sir ne de Giscours)가 있습니다.

Chateau Brane-Cantenac '99

★★★★☆ (5개 만점)

샤또 브란 캉드냑. 보르도 마고의 특 2급 와인입니다. 99년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특별히 나쁘거나 좋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까다롭지도 않은 듯 합니다. 고급 와인일수록 긴 숙성기간이 필요한데, 캉드냑 99년 빈티지는 지금이 마시기에 딱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코르크 마개를 따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퍼져나오면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듭니다. 한모금 들이켜 보면 여러가지가 섞인 듯한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데요, 아, 이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자꾸만 잔을 입으로 끌어당기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슨 맛이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고 할까요. 신맛이긴 한데 싫지 않은 기분. 상큼함이 담겨있는 아주 희미한 시큼함. 탄닌지 지나치게 강해 떫거나 하지 않은데도 맛이 두텁다니 신기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20대의 아름다운 처녀같은 와인입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2004년 빈티지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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