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Giscours 2004

★★★(5개 만점)

서울 강남의 세브도르 소믈리에가 빈티지로는 2003년이 더 좋은데, 지금 먹기에는 2004년이 더 좋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가격차도 있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2004년을 맛 봤습니다. 뭐 2003년보다 약간 싸다고는 해도 10만원이 살짝 넘으니, 저가의 와인은 아닙니다만...

테이스팅 때의 느낌은 씁쓸. 고급와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풍미, 그러나 색만은 탁하지 않은 제대로 된 진적색입니다.

디켄딩을 해서 천천히 맛을 봤습니다. 30분을 넘기면서 맛이 훌륭해 지더군요. 점점 맛이 순해지면서 마시기 딱 좋은 상태가 됐습니다. 표현하자면 뭐랄까, '썩은 고목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수액'같다고 해야할까.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된 듯, 씁쓸한 맛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더군요. 새 오크통이라면 토질의 특성(테루아르)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감이 잘 잡히질 않네요. 씁쓸하긴 하지만 달콤함과 무거운 탄닌의 맛이 더해져 이뤄서, 혀를 즐겁게 해 줍니다. 그렇다고 떫은 맛이 혀에 남지도 않아, 몇번이고 즐거운 기분으로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을 넘기면서는 다시 하강곡선. 빈티지가 좋지 않아서인지 한계를 드러내더군요.

한국음식, 특히 순대나 감자탕이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샤토 지스쿠르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 마고 지역의 3등급 와인입니다. 세컨드 와인으로는 라 시렌 느 드 지스쿠르(La Sir ne de Giscours)가 있습니다.

Chateau Brane-Cantenac '99

★★★★☆ (5개 만점)

샤또 브란 캉드냑. 보르도 마고의 특 2급 와인입니다. 99년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특별히 나쁘거나 좋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까다롭지도 않은 듯 합니다. 고급 와인일수록 긴 숙성기간이 필요한데, 캉드냑 99년 빈티지는 지금이 마시기에 딱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코르크 마개를 따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퍼져나오면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듭니다. 한모금 들이켜 보면 여러가지가 섞인 듯한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데요, 아, 이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자꾸만 잔을 입으로 끌어당기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슨 맛이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고 할까요. 신맛이긴 한데 싫지 않은 기분. 상큼함이 담겨있는 아주 희미한 시큼함. 탄닌지 지나치게 강해 떫거나 하지 않은데도 맛이 두텁다니 신기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20대의 아름다운 처녀같은 와인입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2004년 빈티지로 대체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