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이 안창살, 뒷쪽 고기가 갈빗살이다


나는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건강을 생각하면 또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쉼 없이 움직이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서 끈기 있게 씹히며 혀에 부드럽게 감기는 그 느낌을 멀리할 수가 없다. 특히나 나는 肉食 중에서도 陸食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소고기다.

소고기는 특별히 양념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달콤함을 느낄 수 있고 흘러 나오는 선홍빛 육즙은 혀에 고기를 밀착시켜 그 맛을 더해준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평소에도 육식 위주의 식단을 즐기는데 따로 또 기회를 만들어 고기를 씹어야 직성이 풀리니 혹시 '육징'(자꾸 고기를 먹고 싶은 병증)은 아닌가 모르겠다.

몇일 전에는 아내와 함께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 끝에 여의도의 유명 고깃집인 ‘주신정’을 점찍었다. 탤런트 김종결이 운영하는 집이라고 하는데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름만으론 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가 않는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아! 이사람’하고 머릿속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가게 앞 유리 벽면에는 도배한 것처럼 주신정 관련 기사가 붙어 있고 테이블이 가득 차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어림잡아 테이블이 50개는 되는 듯한데 그래도 손님들이 다 앉지를 못하니 정말 장사 잘 되는 집이다. 이제 더 이상 홍보는 필요 없는 이름난 집이 된 듯하다.

차례를 기다려 자리를 잡고 갈빗살과 안창살을 주문했다. 안창살은 소의 횡경막 부위로 겉보기엔 다른 고기와 비슷한데 굽고 나면 짙은 갈색을 띄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갈빗살은 반대로 씹는 맛이 있다. 먹어본 결과 유명함에 걸맞는 ‘A+’는 도저히 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여느 고깃집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 정말 맛있는 고기 판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기에는 부족한 그런 맛이다. 솔직히 갈빗살은 두껍게 썰려 굽기 어렵고 질기다는 느낌도 좀 있었다. 맛만 놓고 본다면 B+ 정도다.

◇불판 골을 따라 계란을 둘러 익혀 먹는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고 손님으로 식당이 미어터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괜찮다. 불판에 둘러주는 계란부침도 특이하고 말 하지 않아도 부족한 야채가 있으면 갖다 주고 덤으로 양(소 내장)도 맛볼 수 있다. 저녁 시간 피크 타임, 힘든 때 일 텐데도 종업원들이 성질을 부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일부 잘 나간다는 식당의 경우 손님이 왕이 아니라 종업원, 주인이 왕인 경우를 종종 본다.) 마지막 후식도 알아서~ 잽싸게 갖다 준다. 서비스는 A. +를 더하고 싶었으나 주인이 식당을 나가다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 무뚝뚝한 태도에 감점했다.

추가정보 : 냉면은 절대 비추! 5000원짜리 실을 씹는 기분이다. 열무 김치에 비벼먹는 1000원짜리 밥이 100배 낫다. 고기 가격은 2만1000~2만2000원. (02)784-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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