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전차의 조종실은 한국 지하철과는 달리 투명한 유리창으로 돼 있어, 운전자가 차양을 내리지 않는 한 조종실 모습과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잠 자고 난 것 같은데 벌써 세달이 훌쩍 흘러 '지난 여름 이야기'가 돼 버린 나의 첫 도쿄 여행이자 두번째 일본 여행. 친구를 만나러 간 터라 차분히 삶의 여백따위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지하철을 탈 때도, 무언가 먹으러 갈 때도 대부분 길을 잘 아는 친구를 따라갔기 때문에 걸음 조차 빨랐던, 그래서 주변을 돌아볼 겨를 도 없었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본 도쿄는 꽤 특별했더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더욱 그렇다. 한 번 더 간다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은 곳, 나에게는 아직도 낯선 곳. 머릿 속에서 재 구성된 그곳을 느낌을 적어보기로 한다.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사진을 보면서 돌이켜 생각해보기도 하고,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되씹기의 과정이라고나할까.

전차로 GOGO.
일본 도쿄의 길은 전차로 통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노선을 보면, 웬만한 곳은 전차로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만큼 쿄통이 많이 막히는 일본에서 전차는 요긴한 교통수단. 공항에서 시내까지 첫 출발부터 전차로 GOGO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의 전차는 복잡한 노선 만큼이나 색과 모양도 다양하다.

'한국과 비슷하네...'

전차에 올라서 보니 지하철 혹은 전차 제작에도 표준이 있나보다 싶다. 좌우 세로로 길게 배열된 의자와 체조기구처럼 달려있는 손잡이들. 무사가 그려져 있는 코카콜라, AV스타가 등장하는 광고 등등이 일본어라는 걸 빼곤 한국에 있는 것 처럼 낯익은 풍경이다.

하지만 차창 밖 풍경은 그렇지가 않다. 거리거리 보이는 집들과 자로 재서 칼로 잘라낸 듯 네모 반듯한 논과 밭엔 일본의 '깔끔성'이 묻어있다. 한국의 시골이 자유로움과 여유의 멋을 느끼게 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정돈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일 대낮이라 그런지, 덜컹덜컹 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 소리가 만드는 화음을 빼곤 참 조용한 전차 내부는 창밖 풍경만큼이나 평화롭다. 공항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면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그래도 한낮의 평화로움은 쉬이 깨지질 않는다.

'왜 이렇게 평화로운 거지... 아!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

창가에 붙어있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표시.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 만큼이나 많은데, 실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안 보인다.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하기는 하지만 통화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은 없다. 내 건너편에 안경을 쓴 청바지 차람의 평범해 보이는 20대 청년이 진동으로 온 전화를 받았다가 작은 소리로 "지금 전차를 타고 있다, 스미마생"하며 전화를 급히 끊었을 뿐이다. 전자제품만큼이나 직수입하고 싶은 문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백팩(뒤로 매는 가방)마저도 전차에서는 앞으로 돌려 매는 일본 사람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지만 피해를 받지도 않으려는 めいわく(메이와꾸) 가 만들어낸 일본스러움을 느끼며 도쿄로 향한다. (계속)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에 MSN 메신저를 달아보자.  (4) 2007.12.06
묵혔다 쓰는 도쿄 여행기(2)  (4) 2007.11.20
7월 12일 뉴스읽기  (0) 2007.07.12
이것이 진정한 '살인 미소'  (16) 2006.10.02
My LOVELY Baby  (28) 2006.09.06
진짜가 가짜보다 낫다?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신정아씨의 학력이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일대 박사학위는 물론, 석사, 학사 학위도 가짜라고 한다. 도대체 동국대는 뭘 보고 신씨를 교수로 채용했을까. 지금껏 교수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교수였던 모양이다.

나이 들수록 유머 안 통한다   나이가 들수록 논리력, 단기 기억력이 뒤져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도 웃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코미디 프로 보고 박장대소하면 뇌나이가 젊다는 건가. 코미디가 별로 재미없는 내 뇌는 환갑?
ㅜㅜ

발코니는 합법, 베란다는 불법  베란다를 확장해 방처럼 사용하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베란다는 뭐고, 발코니는 뭐냐고? 쉽게 말해 천정이 있으면 베란다 없으면 발코니다. 베란다 잘 못 고치면, 벌금으로 생돈 버린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혔다 쓰는 도쿄 여행기(2)  (4) 2007.11.20
묵혔다 쓰는 도쿄 여행기(1)  (4) 2007.11.13
이것이 진정한 '살인 미소'  (16) 2006.10.02
My LOVELY Baby  (28) 2006.09.06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에휴. 업뎃이 늦었네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죄송..
집에 가서 아기 보다보면 하루가 후딱. 밥 먹고 목욕시켜주고 기저귀 한 번 갈아주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 버려서 짬을 못 냈습니다. ^^;
대신 아가야의 특급 사진들을 공개합니다. ^^

아가야, 아니 드디어 이름도 지었습니다. 서경이 웃는 얼굴 한 번 이면 하루 피로가 싹~

너무 귀여워요.

서경이 트레이드마크. 혀 내밀기.


아기들이 모빌을 이처럼 좋아할 줄이야. 태어난지 2주쯤 지났을 때 찍은 사진인데요. 다른 건 못 알아봐도 흑백 모빌 움직이는 건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 모습은...웃는 모양이 처남닯았네. 진정한 살인미소여~



울다가 웃다가.


'모델 시킬까?' ^^


깨물어 주고 싶은 아가야~.


외사촌 오빠 권출이가 놀러왔네요. 아가는 취침 중.



저 어때요? 죽이지 않아요?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혔다 쓰는 도쿄 여행기(1)  (4) 2007.11.13
7월 12일 뉴스읽기  (0) 2007.07.12
My LOVELY Baby  (28) 2006.09.06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D+6.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예쁜 여자아이입니다. 엄마 뱃속에서 자궁 문을 지나 쑥~ 나오더니 "응애 응애" 첫 울음을 웁니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가수 시켜도 되겠습니다. 사람들은 아이 낳는 순간을 보면 징그럽다다고도 하는데 저는 귀엽기만 하더군요. 고슴도치 아빠인가 봅니다.

9월 4일 오전 8시28분생. 태명은 '세람'입니다. 세상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기입니다. 몸무게는 3.47kg, 처녀자리, 혈액형은 아빠도 엄마도 그러하므로 B형일겁니다.

반나절 쯤 지나고 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태어날 때보다 더 귀여워졌네요. 아기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얼굴이 변한다던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10달 넘게 아기를 품고 있었고, 9시간 진통 끝에 힘겹게 아기를 출산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기가 아내를 꼭 닮았네요. 꼬미 딸 쪼꼬미.

"아가야 아빠가 너를 많이많이 사랑해 줄께."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12일 뉴스읽기  (0) 2007.07.12
이것이 진정한 '살인 미소'  (16) 2006.10.02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계란을 먹으려고 부엌에 들어왔는데 어라 이게 뭐지? 계란 앞에 괴상한 놈! 입을 크게 벌린 달팽이처럼 생겼네. 하지만 달팽이는 입을 벌릴 수가 없잖아? 개구리? 정체가 뭘까?"




분당사는 테디베어 '아콩'이 호기심 발동. "흐흠. 한 번 살펴볼까."





"안경인가? 눈에 갖다 대 보니 크기는 맞는 것 같은데. 안경 알이 없잖아!"




"어! 고문도구!! 이빨 좀 봐. 살 짝 쥐어주니까 이빨이 콱~ 튀어나오네."




콩! 그건 안경도 고문도구도 아냐. 바로 계란 껍질 자르기란다. 이렇게 계랸 껍질에 살찍 올려놓고 양쪽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잡아당기면 계란 껍질이 잘라진단다.





"아하 그렇구나. 세상엔 별게 다 있네. 이제 이건 내 꺼^^"



※ 전에 재미있고 유용한 요리 도구를 모아 기사로 쓴 적이 있었죠. 사람들의 '사용기'를 모아서 쓰려고 했는데 시간 부족에 협조 부족이 겹쳐 그냥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고 말았답니다. 분당 사는 후배 OK양에게 부탁했더니 시간 없다고 사용은 제대로 안 해보고 대신 이렇게 전혀! 신문에는 실릴 수 없는 사진들을 잔뜩 보내왔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쓸 일이 생기는군요.

Thanks OK. Photo by OK.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이 진정한 '살인 미소'  (16) 2006.10.02
My LOVELY Baby  (28) 2006.09.06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토 슈즈를 신은 '춘향'  (2) 2006.06.06

0123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왼쪽 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아트 선재' 입니다. 아트 선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신다고요? 오른쪽 골목길을 올라가면 삼청동이 나오고 보이는 길을 따라 쭉 나아가면 국군병원을 지나 경복궁과 만나게 됩니다.

아직도 모르시겠다고요? 바로 종로구 소격동 정독 도서관 앞 거리입니다. 입사 공부를 위해서 제가 한 때 매일 왕래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과 아주 가까운 곳인데 이 거리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 동네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탓인지.

하긴 인사동처럼 골동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널린 것도 아니고 삼청동처럼 옷집이나 잡화를 파는 상점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참 재미없는 거리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 거리가 맘에 듭니다. 번잡함도 없고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거든요.

012

해가 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나면 대로변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옛 동네의 모습이 마치 7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은 창 사이로 형광등 불 빛 새어 나오는 기와집 돌담을 따라 굽이굽이 꺾어지는 골목길을 들어가 보면 경찰에 쫓기는 운동권 학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직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산업 역군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가로등 불빛 마저 희미한 그늘 밑을 지날 때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죠. 이런 풍경이 서울 시내 한 가운데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012


하지만 이곳이라고 개발의 바람이 벼켜갈리만은 없죠. 돌담길 지나 큰길로 나오면 고급 레스토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 떨어져 가는 정말이지 이건 '서울 1945'에나 나올 법한, 무얼 파는지 알 수 없는 간판을 단 상회 건너편에 돈 없어 보이는 사람은 문전박대 할 것 만 큼 위압적인 타이 레스토랑이 버티고 있는 풍경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네요. 식당 앞에 죽 늘어서 있는 최고급 승용차들이 앞 건물을 향해 콧방귀라도 끼면 간판이 툭~ 하고 떨어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이곳은 여느 번잡한 거리 만큼 가로등이 많지 않습니다. 밤 다운 어둠이 깔려 있고 그래서 더욱 불켜진 커피숍에 눈길이 갑니다. 유리벽 너머 밝은 조명아래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고개를 살짝 젖히며 유쾌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납니다. '분명 저 순간만큼은 행복하리라.' 인생이 괴로운 것이라는 의심을 할 틈 따위 없어 보입니다.



도서관을 끼고 좁은 골목...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자리잡은 소박한 커피전문점 하나. 깊어 가는 여름 밤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행복이란 걸 느낄 수가 있죠.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더 큰 고독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홀로 라고 느껴질 때. 저 고양이라도 말을 걸어주면 좋을 텐데. 그런 상상을 하게 될지도.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LOVELY Baby  (28) 2006.09.06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토 슈즈를 신은 '춘향'  (2) 2006.06.06
마카오에서 만난 슬픈 호랑이  (3) 2006.05.23

레고 디자이너 세트입니다.
디자이너 세트의 특징은 같은 블럭으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거죠. 역시 제일 유명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가 박스를 장식하고 있군요.

내용물입니다. 가이드북(설명서)과 블럭들이 5봉지에 나눠 들어습니다.

설명서 왼쪽 위에 그려져 있는 블럭은 난이도를 나타냅니다. 최고 난이도, 블럭 세개짜리 Advanced Build 단계네요. 레고 설명서의 특징인데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오로지 사진!! 을 보고 만드는 거죠. 직관적이랄까. 아이들의 이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성인도..ㅡㅡ.)

와그르르르... 우선 블럭을 쏟아놓고. 만들기 시작~!

티라노 몸통입니다.

꼬리.

머리.

각종 부위의 연결~

다 만들면 이런 모습입니다. 무게중심이 안 맞는지 세워 놓기가 쉽지 않네요.

티라노사우르스 외에도 맘모스, 익룡(익룡은 공룡이 아니라죠...) 등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드는 법이 나와 있는 공룡은 9가지고 17가지 공룡을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자신이 만드는 법을 연구해 보는 거죠. 여기 나와있는 공룡 외에도 여러가지 창의적인 공룡을 만들어 보면 좋을 듯. 뭐 공룡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만들어 볼 수 있겠죠.

전에 공병호씨를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요. 집으로 찾아 갔는데 레고가 많이 있더군요. 아이들을 위해 구입했다고 합니다. 뭐 반은 본인이 만들고 싶어서 구입한 게 아닐런지...^^ 지금도 가끔 직접 레고 조립을 한다고 합니다.

만들고 부수고~ ^^ 부술 걸 왜 만드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역시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거죠. 만드는 즐거움을...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토 슈즈를 신은 '춘향'  (2) 2006.06.06
마카오에서 만난 슬픈 호랑이  (3) 2006.05.23
마우의 발  (3) 2006.05.17

주말에 고양 어울림 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을 봤습니다. 심청 1막과 새로이 선보이는 춘향 1막으로 구성된 쇼케이스 였는데요, 가격도 2만원으로 저렴한 공연이었죠. 2만원으로 발레를 볼 수 있다는 것 축복입니다.

먼저 심청에 대해 간단히 얘기한다면...흥미 만점의 발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발레를 무척 어렵게 생각합니다. 뭐 그도 그럴것이 이야기의 내용도 잘 모르고, 대사도 없고 하니..지루할 수 있죠.
심청은 한국 관객에게는 무척 쉬운 발레인데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웬만한 사람치고 전래동화 '심청' 모르는 사람 없죠. 스토리를 꿰고 있으니 당연 춤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됩니다. 두번째로 스펙터클한! 발레란거죠. 특히 1막 2장이 클라이맥스입니다. 심청이가 배를 타고 가다 인당수에 풍덩~하는 신인데요. 남자 무용수들의 화려한 군무와 강렬한 음악, 뮤지컬 못지 않은 무대장치가 볼거리입니다.
전 임신한 와이프와 함께 공연을 봤는데요, 2막에서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전 번개치고 배가 요동치는 장면에서 뱃속 아이가 마구 뛰었다고 하더군요. 좋아서 그런건지 놀라서 그런건지. 이거 태아한테 안 좋은 건가. ㅡㅡㅋ 어쨌든 재미난 공연입니다. 발레를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2막은 용궁신과 궁전에서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신으로 돼 있는데 1막보다는 부드러운 여성성이 드러나는 무대로 꾸며집니다.

자 그럼 이제 춘향 얘기. 처음 보는 공연입니다. 아직 미 완성작이니까..
무대가 열리니 관객들 "와~" 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벗꽃 가득한 무대는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 무대위로 파스텔톤 스트랩톱(올해 유행할 거라죠) 입은 무용수들 출현. 갑자기 의아해집니다. "한국이 아니라 유럽이 무대였나?"
그리고 이어지는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 향단과 방자를 통해 '설왕설래' 사랑의 급진전(화끈하네요^^) 둘은 밤을 함께합니다. 밤에 뭐 할게 있겠습니까. 사랑을 나누는데 이거 표현이 상당히 로틱합니다. 이몽룡이 춘향의 윗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나갈 때마다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갑니다. 이어지는 가을과 겨울 정령?들의 무대..그리고 이별...

일단 안무와 무대장치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무용수들의 연기도 좋았고, 화려한 벚꽃과 아무것도 없는 겨울무대(과감히 빈 공간을 연출한 연출진에 박수!)는 100점입니다. 애로틱한 발레는 상업화를 고려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지만 연기 자체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음악과 의상에 대해서는 불만이 남는군요. 음악과 의상이 무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악은 지루하고, 튀는 의상은 패션쇼인지 발레를 보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내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조율을 통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리라 기대합니다. 국립발레단에서도 내년 '춘향'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니 우리나라의 대표 발레단이자 국립과 사립을 대표하는 두 발레단 간의 자존심 대결 펼쳐질겁니다. 유니버설은 배정혜씨 연출, 유병헌씨가 안무를 맡았고, 국립발레단은 러시아의 보리스 에이프만이 안무를 맡기로 했습니다. 두 발레단의 다른 '춘향',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마카오에서 만난 슬픈 호랑이  (3) 2006.05.23
마우의 발  (3) 2006.05.17


백호(白虎)
, 흰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호랑입니다. 중국에서는 청룡() ·주작() ·현무()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을 이루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집니다. 네 동물은 방위를 상징하기도 하는데요 백호는 서쪽 방위, 금(金) 기운을 맡은 태백신을 상징하죠. 예로부터 무덤 속의 오른쪽 벽과 관의 오른쪽에 그려졌습니다. 현세에서는 쉬 볼 수 없는 귀한 동물입니다.

지난해 말에 마카오에 다녀왔는데요. 마카오 타워를 들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338미터 높이의 타워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건물이죠. 스카이 점프·워크로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납니다. 이 마카오 타워 지하 1층에 백호가 있더군요. 타워가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타이거'(아마 맞을 겁니다. 정확히 기억이...ㅡㅡ.) 라는 카지노가 문을 열면서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백호를 중국 동물원에서 빌려와 전시? 중이라고 하더군요. 희귀한 동물이다보니 백호를 보려는 사람들이 꽤 되더군요.

그런데 유리 창을 사이에 두고 맞닥뜨린 백호는 슬퍼 보였습니다. 어린 새끼였는데요.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들판이 그리워서 였을까요. 풀이 죽은 모습이더군요. 백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틀타익스라는 어린이용 장남감 위에 앉아있는 새끼 고양이. 미끄럼틀이 백호에게도 재미있는 장남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동물을 유리방 안에 갇힌 구경거리로 만든거죠. 아마도 제가 본 백호는 생이 다 할 때까지 자유를 얻지 못할겁니다. 만약 내가 자유를 빼앗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에 나오는 '애완동물 인간'얘기가 떠오릅니다. 외계인들이 인간을 장난감 삼아 기른다는 내용이죠.
지금 백호는 동물원으로 돌아갔는지, 혹은 다른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볼거리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픈 눈의 백호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토 슈즈를 신은 '춘향'  (2) 2006.06.06
마우의 발  (3) 2006.05.17
마우입니다. 일단 블로그 문 열기는 열었네요. 예전부터 생각은 쭉~ 하고 있었는데, 아이디어의 부재, 시간 부족(게으름 이겠죠)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더랬습니다.
사실 제가 B형인지라, (B형은 하고 싶은 건 엄청 많은데 오래 못가죠) 이것저것 하다가 그만 둔 것이 하도 많아서... 네..무책임하죠. 그래서 더더욱 할까말까...(이건 A형인데) 고민하다가 어쨌든 문 열었습니다. 무슨 내용으로 꾸밀지는 정하지도 않은채로 말이죠.
일단 음식남녀는..전에도 한 번 썼던 타이틀인데, 제 맘에 들어서 제 맘대로 (제 블로그니까) 그냥 씁니다.
이안 감독의 1994년 작 영화 '음식남녀'를 혹시 보셨나요? 잔잔하고 참 맘에 드는 영화인데. 요리사 아버지와 세 딸의 얘기죠. 인생이란 때론 눈물 나도록 맵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을 만큼 달콤하기도(단 것을 싫어한다면 ㅡㅡ. 사실 저도 단 것 싫어합니다.) 한 음식 같은 거죠. 인생과 단맛, 쓴맛..잘 붙어다니는 표현이잖아요? 느와르 영화 '달콤한 인생'도 있군요..흐흠...
여튼 일단은 일상의 얘기들로 블로그를 꾸며볼 생각입니다. 뭐 논픽션도 있고 때론 픽션도 있고...중구난방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제 발입니다. 수컷의 발 치고는 예쁘지 않나요? 흠..자세히 보면 발 길이도 다른 것 같고..엉망인가....
가끔 발레리나의 발 사진이 잡지에 나오곤 하죠. 제 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발. 우아한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쉴새없이 발을 구르듯 무대 위의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발은 물집잡히고 발가락이 굽고..만신창이가 돼 있는 거죠.
'브누아 드 라 당스' (이름 무지 어렵군요..)를 수상한 발레리나 김주원씨는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발을 보여달라고 하자 “백조는 함부로 다리를 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법”이라며 거절했다죠. 사실은 김주원씨의 발..인터넷 뒤져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죠.^^; (인터넷의 힘이란 정말 대단합니다.)
제 발은 김주원씨 발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 합니다. 아아..요즘 잘 안 씻어줘서 무좀이 생겼지만...ㅡㅡ. 뭐 그래도 양호합니다.
이 놈의 발이 그래도 군대에서 60킬로 행군도 견뎌주고, 저를 여기저기 데려다 주는 아주 훌륭한 놈입니다.
어제 신문에는 의족으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마크 잉글리스의 얘기가 실렸습니다. 자신의 발 없이도 에베레스를 정복했다니 정말 훌륭하네요.
제 발을 보면서 나는 무얼하고 있나 생각해 봅니다. 멀쩡한 두 다리로 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더 사랑해 줘야죠. 잘 씻어주고...게으름을 버려야지...뭐..블로그도 만들고해서 부지런해지자는 의미로 별 상관도 없는 발 얘기를 한 번 해 봤습니다....하하하..ㅡㅡ...

평소 잘 보지 않는 발...그냥 한 번 바라보세요. 발 보면서 엉뚱한 생각도 한 번 해 보고..

“나는 발이지요/고린내가 풍기는 발이지요/하루 종일 갑갑한 신발 속에서/무겁게 짓눌리며 일만 하는 발이지요/…/그러나 나는/모든 영광을 남에게 돌리고/어두컴컴한 뒷자리에서 말없이 사는/그런 발이지요.”(권오삼 ‘발’)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테디베어 '아콩'  (16) 2006.08.24
구시대와 현대가 만나는 거리  (0) 2006.08.14
레고로 공룡을 만들어 보자  (12) 2006.06.30
토 슈즈를 신은 '춘향'  (2) 2006.06.06
마카오에서 만난 슬픈 호랑이  (3) 2006.05.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