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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의 기착지 신주쿠. 전차에서 내릴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밀려 오는 뜨거운 열기는 서울의 더위를 피해 일본으로 날아온 정신나간 여름 여행객이 받아들여야 할 피할 길 없는 숙명이다. 방문을 닫고 오랜 시간 초강력 가습을 한 것처럼 물기를 한 껏 빨아들인 눅눅한 공기를 맞으며 걸으려니 내가 마치 장롱 속에 놓인 물먹는 하마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상으로 나오자 마자 나를 맞이한 티없이 맑은 하늘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인구 1200만의 거대도시 도쿄의 하늘이 어떻게 이렇게 청명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에서 파아란 바탕 위로 흰 구름이 떠가는 그림 같은 하늘을 본 게 언제였나 싶다.

어설픈 여행자 티 내면서,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데 너른 로타리 중앙에 둥글고 거대한 구조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마치 유람선의 연통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지하로 연결된 환풍구가 아닌가 싶다. 혹은 땅 속에 숨겨 놓은 비밀병기의 발진 통로일지도...

평일 낮 시간임에도 자유분방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서울의 신촌 거리를 연상케 한다. (나중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긴자는 청담동, 롯본기는 이태원, 아사쿠사는 인사동과 닮았다.)

커다란 상가와 백화점, 그리고 너른 보도 한켠엔 흡연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좁은 흡연 구역에 남녀, 노인·젊은이 구분 없이 모인 사람들은 대화도 없이 담배를 펴대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있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남들. 볼일을 마치면 또 거리의 작은 점점으로 흩어질 터이다.

흡연 구역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거리에서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불 유쾌한 일 따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좁은 섬나라에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라고 봐야할까. 쓰레기 한 점 보이지 않는 거리처럼, 법과 규율이 잘 준수되는, 다소 까칠해 보이기까지하는 이 사회에서 때때로 엽기적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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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케이오 백화점으로 신주쿠역 출입구가 위치하고 있다. 커다란 거리 중앙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오른쪽 앞과 버스 정류장 뒷편에 녹색의 풀로 둘러 쌓인 둥근 연통처럼 생긴게 글에서 언급한 환풍구 추정 구조물이다.  

거리 구경은 이쯤하기로 하고,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는데 일본까지 왔으니 먼저 배에 주름을 펴 주는 게 순서아니겠는가. 도쿄 도착 첫 음식은 초밥으로 낙점. 일본의 대표적 음식이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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