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최근 태블릿 사업에서 철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의 베스트바이 등 몇몇 곳에서 HP태블릿인'터치패드' 재고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소위 '땡처리'에 나섰다.

씨넷 등 정보통신(IT)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대형 소매점인 베스트바이는 21일(현지시간) 10시부터 터치패드 16GB 모델을 99달러에 팔 예정이다. 32GB는 150달러에 판매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HP 터치패드를 사고 싶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실제로 제품을 구입했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HP가 태블릿PC 분야에서 망해도 제대로 망한 셈이다. 모토라라 등은 태블릿PC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철수카드까지는 꺼내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선 언제 철수할까가 관심일 정도로 매출은 부진하다. 현재 애플과 갤럭시탭 시리즈를 제외하고 태블릿PC 분야에서 판매고 다운 판매고를 올린 업체는 없다.

그럼 이같은 태블릿PC 업계의 부진이 애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러가지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많은 업체들이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태블릿PC 시장은 애플 독점 구도로 흐르고 있다. 애플로서는 당장 아이패드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태블릿PC의 생태계를 형성하려면 다양한 업체를 통해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좋다.

먹는 걸로 예를 들어 보자. 신당동 떡볶이 촌이나 신림동 순대타운에는 수십개의 관련 식당이 운집해 있다. 이 중 유난히 잘 되는 집이 있는가 하면 그냥저냥 장사를 해 나가는 곳들도 있다.

물론 이러한 타운은 애초 한집에서 시작해 그 집이 유명해 지면서 점점 많은 집들이 몰려 형성됐을 것이다. 이러한 타운 형성으로 유명했던 집은 더 유명해지고 나머지 집들도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게 된다. 이렇게 시장이 형성되면 옆에 커피숍도 생겨나고 노래방도 생기도 점점 시장이 커지고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혼자 잘하기보다는 더불어 성장해야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만약 HP, 델, 삼성, MS 등 많은 IT 기업들이 태블릿PC 시장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태블릿PC 시장은 노트북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자체적으로 커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기기들도 빠르게 등장하고 사용자들로서도 더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혼자 주도하는 시장이라면? 아이패드가 보여주는 새로움에 싫증이 난다면 많은 고객들이 다시 PC 시장으로 유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패드가 생산해 내는 태블릿PC의 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시장 확장력은 한계를 갖는다.

과거 소니가 비디오플레이어 시장에서 VHS 방식보다 우수한 베타 방식을 가지고도 시장에서 실패한 사례를 기억해 보자. CD플레이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던 MD는 왜 실패했을까. 이들의 실퍠 사례를 한가지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시장 확대에 실패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애플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양성을 잃은 시장은 오래 갈 수 없다. 애플이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했다면 이를 확장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시장의 경쟁자는 때로는 우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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