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저널 5일자에 'Dont' Burn Your Book - Print Is Here to Stay' 라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의역하면 '책을 태우지 마라 - 인쇄물은 건재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전자책(이북) 시장 활성화 멀었다' 입니다. 어쩌면 적어도 종이 책은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를 디지털에 빼앗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럼 기사 내용을 빌려 전자책 시장은 어디에 와 있는지 살펴보죠.

 

  • 아마존이 이북리더인 킨들을 소개한 게 5년 전, 큰 기대를 모으며, 전통 책의 종말론이 일었습니다.

 

  • 그런데,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성인이 전자책을 읽는 비율은 16%로 전년의 23%에서 오히려 7%p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종이 책을 읽는 사람 중 30% 만이 전자책을 읽었습니다.

 

  • 더 놀라운 건, 4년간 지속돼 오던 전자책 시장의 세자릿수의 성장률이 지난해 34%로 '뚝' 떨어졌습니다. 오마이 갓! (미국 출판 협회 조사)

 

  • 다른 조사 결과를 볼까요? '보우커 마켓 리서치'(Bowker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인의 16%가 전자책을 샀고, 59%는 전자책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 흥미로운 점은 전자책 리더 대신 태블릿을 사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2년 전자책 리더 판매량은 36% 감소했고, 태블릿은 날개돋친 듯 팔렸습니다.

 

  • 태블릿으로도 전자책을 볼 수 있죠. 그런데 사람들은 태블릿으로 책을 보는 대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페이스북을 하고 있네요.

 

  • 전자책 이거 망한건가? 아니요 일부 부문에서는 잘 됩니다. 전자책 판매량의 3분의 2는 소설입니다. 그 중에서도 스릴러와 로맨스. 소장가치가 거의 없는, 미국의 수퍼마켓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팔리는 책들입니다. 글쓴이(NICHOLAS CARR)는 전자책이 없었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신드롬 같은 건 없었을 거라고 하는군요.

 

  • 전자책 이용자의 90%가까이는 여전히 종이책을 읽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보문고 등 많은 업체들이 전자책 리더를 저가에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전자책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읽을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리더가 제한된 전자 서점으로부터만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죠. 태블릿을 사면 거의 모든 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지만, 저 역시 책보다는 다른 일에 태블릿을 주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보니 콘텐츠가 많아도 사람들이 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책을 사는 경우 그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으니까요.

 

500년전 구텐베르크의 위대한 발명품인 인쇄술은, 여전히 디지털 기술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정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하는게 아니라 책 시장 자체가 작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진짜 두려움이겠죠.

 

지난 1월 판매에 들어간 아이리버의 저가형 교보문고 전용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K’가 판매 9일 만에 초기물량 4000대가 모두 판매되고 구입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인기다. 스토리K 판매 후 교보문고의 전자책 매출은 전달에 비해 32%나 늘어났다.
 
전자 잉크를 쓰는 전자책 단말기가 가격 인하와 콘텐츠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의 재발견
 
해외에서는 2007년 등장한 아마존 ‘킨들’을 시작으로 전자책 전용 단말기 중심으로 한 전자책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이 형성됐다.
 
2009년 8월 전자책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가격이 30만∼40만원대로 고가인 데다 당시 볼 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시선을 끌지 못했다. 더구나 컬러와 동영상 기능 등으로 무장한 스마트 기기에 가려 흑백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사양길을 걷는 듯했다. 삼성전자도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다.
 
하지만, 전자책 콘텐츠가 급격히 늘고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면서 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책은 매년 빠르게 늘어 현재 교보문고는 11만여종, 인터파크는 7만여종의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이밖에도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과 이동통신사들이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콘텐츠 증가와 함께 전자책 단말기가 20만원 초반대로 떨어진 데 이어 인터파크가 전용 단말기를 50% 이상 할인한 10만원대에 판매하고 나섰다. 이어 아이리버가 국내 단말기 중 처음으로 10만원 안쪽의 가격으로 스토리K를 내놓으며 저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된 전자책 단말기 숫자는 3만여대로 스토리K가 출시 수일 만에 4000대나 판매된 것은 놀라운 기록이다.

◆독서를 위해 최적화된 기기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는 ‘전자 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 잉크는 검정색과 흰색 입자가 담겨 있는 작은 캡슐이 전기적인 충격을 받아 흑·백으로 변환되며 화면에 글자와 그림을 표시한다.
 
철심이 달린 연필로 낙서를 하면 자석가루가 달라붙어 흰 판에 그림이 그려지는 어린이 장난감인 ‘자석 칠판’과 비슷하다.
 
화면을 전환할 때 외에는 전기가 필요 없어 배터리 소모량이 적고 그만큼 단말기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또 LCD처럼 화면 재생을 위한 별도의 광원이 없기 때문에 일반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이 들고 눈의 피로가 적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전자책 단말기는 문자를 읽는 데 최적화된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자책 단말기의 경쟁 상대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비해 가격이 싼 것도 강점이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가격이 싸고, 직접 서점을 가거나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콘텐츠 수급 면에서는 오히려 스마트 기기보다 더 불리하다. 스마트 기기의 경우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예스24 등 대형 인터넷 서점이 공급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각각의 서점이 공급하는 모든 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저작권 문제와 업체 간의 기득권 다툼 등으로 현재는 한 기종에서 한 출판사의 도서밖에 이용할 수 없다.
 
전자 잉크의 특성상 동영상 재생이 불가능하고 인터넷 검색도 어렵다. 최근 교보문고가 컬러잉크를 탑재하고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기는 했지만, 색 재현 정도나 동영상 화질은 스마트 기기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단말기 특징 알고 구입을
 
이런 단점에도 ‘독서’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종이책을 가장 많이 닮은 디지털 기기인 전자책 단말기 구입을 고려해 봄 직하다. 단말기를 구매하기로 했다면 가격과 기능, 자신이 원하는 책이 어떤 인터넷 서점을 통해 많이 유통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스토리K는 현재 판매되는 전자책 단말기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가볍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길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컬러 전자책 단말기 ‘교보 이리더’는 퀄컴사의 미라솔 디스플레를 탑재한 최초의 단말기로 전자책 단말기로는 드물게 터치 스크린과 동영상 재상을 지원한다. 30만원대로 가격이 비싸고 스마트 기기에 비해서는 범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인터파크의 전용 단말기인 비스킷은 3세대(3G) 통신 기능을 탑재한 모델과 3G 기능이 없는 모델이 있으며 모두 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명암비가 뛰어나 문자 가독성이 높고, 문자를 소리로 바꿔 들려주는 ‘TTS’, MP3 재생, 신문 구독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자판 배열이 어색하고 3G를 통한 콘텐츠 다운로드 시 속도가 다소 느리다.
 
북큐브는 전용 단말기를 10만∼20만원대에 판매 중이며 전국의 전자책 도서관과 연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강점이다.
 
국내 서점은 이용할 수 없지만, 아마존의 ‘킨들’도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텍스트 파일, PDF 파일 등을 읽을 수 있고, 전자책 온라인 도서관인 ‘프로젝트 구텐베르크’(www.gutenberg.org)에서 3만8000여권에 이르는 외국어 도서를 무료로 받아볼 수도 있다. 다른 전자책 단말기로도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를 이용할 수 있다.


 
 "성탄절 판매 역사상 처음으로 킨들의 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초과했다."

지난주 아마존은 성탄절 당일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자화자찬은 이틀만에 빛이 바래고 말았습니다. 미디어비스트로닷컴이 킨들스토어에서 판매된 100대 이북 중 64위까지가 공짜책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성탄절 이북의 판매량 급증은 공짜책으로 인한 깜짝 효과였던 셈이죠.

 아마존의 이북 판매량 증가는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이같은 흐름이 오래 전에 시작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출판업체인 바론에서는 향후 5년내 이북리더기인 킨들 판매액이 10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당연히 이북의 판매량도 늘어나겠죠.

 한국에서는 이북이 그렇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한 읽기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정보통신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은 2007년 이미 신문을 누르고 TV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사회적 이슈에 관한 정보 습득 경로였습니다. 인터넷 이용자중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읽는다는 응답은 77.3%에 달합니다.

 물론 종이매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 종이의 질감이 주는 만족감을 디지털 매체가 대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라디오 이용자가 TV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처럼 디지털을 이용한 읽기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얼마만큼 빠른가가 문제일 뿐입니다. 그리고 변화의 가속도는 기술의 발전에 달려있습니다.

 킨들의 등장이 이북 판매량의 증가를 가져온 것과 같이 스마트폰의 증가는 디지털 읽기를 보다 보편화 시킬 것입니다. 이미 뉴욕타임즈, CNN 등 각종 해외매체와 중앙일보, 매일경제, 서울신문 등 국내 매체에서 스마트폰용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짜신문도 어쩌면 스마트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올 1월엔 애플에서 새로운 타블렛 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자세한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새 타블렛으로 이북과 신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 타블렛 발표의 기대감으로 애플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아마존의 유료 이북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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