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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차의 조종실은 한국 지하철과는 달리 투명한 유리창으로 돼 있어, 운전자가 차양을 내리지 않는 한 조종실 모습과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잠 자고 난 것 같은데 벌써 세달이 훌쩍 흘러 '지난 여름 이야기'가 돼 버린 나의 첫 도쿄 여행이자 두번째 일본 여행. 친구를 만나러 간 터라 차분히 삶의 여백따위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지하철을 탈 때도, 무언가 먹으러 갈 때도 대부분 길을 잘 아는 친구를 따라갔기 때문에 걸음 조차 빨랐던, 그래서 주변을 돌아볼 겨를 도 없었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본 도쿄는 꽤 특별했더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더욱 그렇다. 한 번 더 간다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은 곳, 나에게는 아직도 낯선 곳. 머릿 속에서 재 구성된 그곳을 느낌을 적어보기로 한다.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사진을 보면서 돌이켜 생각해보기도 하고,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되씹기의 과정이라고나할까.

전차로 GOGO.
일본 도쿄의 길은 전차로 통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노선을 보면, 웬만한 곳은 전차로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만큼 쿄통이 많이 막히는 일본에서 전차는 요긴한 교통수단. 공항에서 시내까지 첫 출발부터 전차로 GO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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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차는 복잡한 노선 만큼이나 색과 모양도 다양하다.

'한국과 비슷하네...'

전차에 올라서 보니 지하철 혹은 전차 제작에도 표준이 있나보다 싶다. 좌우 세로로 길게 배열된 의자와 체조기구처럼 달려있는 손잡이들. 무사가 그려져 있는 코카콜라, AV스타가 등장하는 광고 등등이 일본어라는 걸 빼곤 한국에 있는 것 처럼 낯익은 풍경이다.

하지만 차창 밖 풍경은 그렇지가 않다. 거리거리 보이는 집들과 자로 재서 칼로 잘라낸 듯 네모 반듯한 논과 밭엔 일본의 '깔끔성'이 묻어있다. 한국의 시골이 자유로움과 여유의 멋을 느끼게 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정돈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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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이라 그런지, 덜컹덜컹 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 소리가 만드는 화음을 빼곤 참 조용한 전차 내부는 창밖 풍경만큼이나 평화롭다. 공항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면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그래도 한낮의 평화로움은 쉬이 깨지질 않는다.

'왜 이렇게 평화로운 거지... 아!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

창가에 붙어있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표시.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 만큼이나 많은데, 실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안 보인다.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하기는 하지만 통화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은 없다. 내 건너편에 안경을 쓴 청바지 차람의 평범해 보이는 20대 청년이 진동으로 온 전화를 받았다가 작은 소리로 "지금 전차를 타고 있다, 스미마생"하며 전화를 급히 끊었을 뿐이다. 전자제품만큼이나 직수입하고 싶은 문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백팩(뒤로 매는 가방)마저도 전차에서는 앞으로 돌려 매는 일본 사람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지만 피해를 받지도 않으려는 めいわく(메이와꾸) 가 만들어낸 일본스러움을 느끼며 도쿄로 향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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