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과다지급과 관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에 따라 7일부터 SK텔레콤, KT, LG 등 이동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영업정지에 따라 고객 유치에 일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히려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7일부터 30일까지 24일간, SK텔레콤은 3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22일간, KT는 다음달 22일부터 3월13일까지 20일간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사업자는 휴대전화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를 받을 수 없고, 자사 가입자의 기기변경과 인터넷, IPTV 등 유선상품 판매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과열됐던 번호이동 시장의 냉각은 불가피하게 됐다. 일부 온라인 매장은 방통위의 대대적인 조사에 대비, 5일 저녁 모든 특가 정책을 마감한다는 공지를 내걸기도 했다.

 

다만 1분기가 휴대전화 비수기인 만큼 이통사가 실질적으로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비가 이통사 비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경쟁 자제로 오히려 1분기 실적이 향상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방통위의 시장 과열 방지 의지에도 이통사들이 이 기간 동안 보조금 싸움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이통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 제재를 받기에 다른 이통사가 제재를 받는 동안 나머지 두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이통 3사가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후 보조금을 한꺼번에 풀며 대대적인 싸움을 벌일 여지도 있다. 과거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을 때 이통 3사는 서류 접수를 미루고 일단 임시 개통을 해 준 후 영업정지 기간 만료 후 서류를 접수하는 편법영업을 한 전례도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제재를 받은 만큼 1분기 경쟁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른 이통사가 영업정지를 가입자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더 많은 보조금을 쓰는 업체가 더 많은 가입자를 차지한다며 탄식하고 있지만 서로 네 탓만 하고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요금 인하를 요구할 때마다 가입자 증가 정체와 네트워크 투자 비용 부담 등으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통신사들이 고객 확보에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원의 통신요금 원가 공개 판결과 맞물려 통신요금 인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 과열경쟁… 업계는 네 탓 공방


8월 이통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112만건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가 더 나은 통신서비스를 찾아 이동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서비스의 질 때문이 아니라 보조금에 따라 고객이 움직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8월1일부터 14일까지 번호이동 숫자는 21만건으로 다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15일부터 31일까지 보름간 번호이동 건수는 91만건으로 폭등했다. 이 기간은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갑자기 늘린 시점과 일치한다.


한 이통사가 보조금을 높이자 이에 질세라 다른 이통사가 보조금을 높이기 시작했고 경쟁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보조금 경쟁이 극에 달한 27일과 28일에는 불과 한 달 전 70만∼80만원에 팔리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가 20만∼30만원까지 떨어졌고, 이틀간 18만3810명이 통신사를 바꿨다.


보조금이 껑충 뛰자 앞서 스마트폰을 바꾼 사람들은 졸지에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한 '바보'로 전락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매장을 찾아 항의하고 환불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나몰라라' 하며 남 탓 공방에만 여념이 없다.


지난달 14일부터 리베이트 금액이 급증한 것을 두고 LG유플러스는 KT가 먼저 리베이트 금액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공격했고, KT는 LG유플러스가 먼저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맞받았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보조금을 높여 고객을 빼앗기게 돼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항변한다.


업계에서는 뒤늦게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 뛰어든 KT가 연말 4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로 세웠으나 실적이 저조하자 무리수를 두면서 보조금 인상 도미노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인당 보조금이 가장 높던 KT는 2만7188명의 고객을 추가로 확보했고, SK텔레콤은 5만2177명의 고객을 잃었다. LG유플러스는 2만4989명의 가입자가 늘었다.


◆방통위, 시장 혼란에도 구두 경고만


이처럼 업계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이통 3사는 매출의 20%까지 마케팅비를 허용하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어겨 지난해 9월 1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방통위는 다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경우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LTE 시장을 놓고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였음에도 방통위는 현재까지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전영만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시장감시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통사 경고 후 9월 들어 번호이동 건수가 다시 떨어졌다"며 "제재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구두 경고로 주춤하던 고객 쟁탈 경쟁은 7일부터 9일 사이 갤럭시S3의 실제 구매가격이 온라인에서 1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오히려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정권 말이라 몸을 움츠리고 있는 방통위가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이통사가 마케팅 출혈경쟁에 나설 경우 우리도 또다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면서도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이통사의 행태를 지적하는 한편, 10일 방통위를 상대로 낸 휴대전화요금 원가정보 공개소송 승소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항소 포기와 즉각적인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소송을 주도한 참여연대의 안진걸 민생경제팀장은 "이통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를 줄이고 기본료 등을 인하해야 한다"며 "통신요금을 인하했다고 하는데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확보 전쟁'을 치르면서 8월 한 달간 휴대전화 보조금으로 쏟아부은 마케팅비(광고비 제외)가 7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월평균 마케팅비 4792억원보다 1.5배 많은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단속하기는커녕 손을 놓고 있어 시장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일보가 10일 이동통신사들의 8월 단말기 판매 장려금 규모와 번호이동 실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사용한 무선통신 부문 마케팅 금액은 총 7203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금액은 ▲지난달 구매자가 40% 정도로 가장 많았던 갤럭시S3의 이통 3사 평균 보조금×번호이동 건수(112만건)로 추산한 4075억원 ▲신규·기변 고객 112만명에게 지급한 보조금(1인당 19만원 기준) 2128억원 ▲대리점에 지급한 고객 유지수수료 1000억원을 합한 것이다.


7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이 풀리면서 8월 번호이동은 113만건으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4년 번호이동제 시행 이후 역대 4번째의 기록이다.


KT는 갤럭시S3의 상품 판매 대가로 휴대전화 판매점에 주는 '리베이트' 금액을 8월10일 23만원에서 25일에는 68만원으로 올렸다. 보통 리베이트 가운데 판매점은 10만원 정도만 가져가고, 고객에게 58만원이 보조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한한 기기당 보조금 27만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같은 시기 리베이트 금액을 비슷하게 높였다.


본지 분석에서는 갤럭시S3를 마케팅비 선정의 기준으로 잡았지만, 구형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이통사들이 더 많은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지난달 전체 보조금 규모는 8000억∼90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방통위가 정한 가이드라인인 매출 대비 20%를 웃돌 전망이다.


업체들의 과열경쟁에도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장 과열 조짐이 포착됐지만 방통위는 제대로 된 규제에 나서지 않은 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갤럭시S3 번호이동 보조금만 4075억원


이동통신 3사의 8월 무선통신 마케팅 비용 7203억원은 어떻게 산정됐을까.


시장이 과열되기 전인 지난달 16일 전까지 이통 3사가 주력 제품인 갤럭시 S3에 지급한 평균 보조금은 19만4500원이다. 이때 이동통신사를 옮긴 번호이동 고객은 21만명으로 이들에 지급한 보조금 총액은 408억4500만원이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지난달 하반기에 지급한 이통 3사의 보조금 평균액은 40만3000원으로 21만원가량 올라갔다. 이 기간 번호이동 고객도 급증해 91만명이 이통사를 갈아탔다. 이통 3사가 이들에게 투입한 보조금은 3667억3200만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보조금은 전반기는 10일과 16일, 하반기는 16일과 25일 기준 이통 3사의 6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당 '리베이트'(휴대전화 판매점 지급금액)에서 실제 판매점이 수익으로 갖는 10만원을 제외한 값의 평균을 낸 금액이다. 보통 신규·기기변경 고객은 번호이동과 같은 규모로 발생하는데 112만명에게 갤럭시 S3의 8월 상반기 보조금 평균액인 19만원씩만 지급했다고 가정하면 2128억원의 보조금이 추가로 발생한다.


여기에 이통 3사는 고객 유지 수수료로 가입자 휴대전화 요금의 6∼8%를 대리점에 주는데 매달 1000억원 수준이다.


본지는 신규·기기변경 고객의 마케팅비를 일괄적으로 19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지금은 시장이 과열된 상태로 이통 3사는 대부분의 고객에게 방통위가 정한 기기당 보조금 한도액인 27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휴대전화의 경우 보조금이 100만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부분 번호이동은 보조금이 많은 시점에 주로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마케팅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이 전례 없이 과열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 대가로 소매점에 주는 리베이트(판매 수당)가 100만원에 육박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급기야 사상 처음으로 ‘과열행위 긴급 중지’ 공문을 발송했다. 이통사들의 가입자 뺏기 출혈경쟁이 멈추지 않는다면 방통위는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제재를 내리게 될 전망이다.


◆시장과열에 방통위 사상 첫 경고 공문


15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사상 처음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과열행위 긴급 중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공문을 통해 매주 실시하는 이동전화시장 모니터링 결과 2주 연속 시장 과열이 나타났다고 밝히고,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27만원 이상의 보조금 지원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고객의 가입비·위약금 대납, 현금 지급과 같은 편법적인 영업과 텔레마케팅·홈쇼핑 등을 통한 과도한 경품 지급 등 편법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방통위는 추후 보조금 제재 시 이 같은 사항에 대한 준수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번호이동시장 과열에 이통사의 업무담당자를 소환하거나 전화를 통해 구두 경고한 적은 있으나 공식 문서를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공문 발송 후에도 이통사 간의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4월 9일까지 이동통신 번호이동은 하루 평균 2만9600건으로 시장 과열 기준선인 2만4000건을 20% 이상 웃돌고 있다. 특히 9일은 하루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7만9000건을 기록하는 등 끝모를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LTE 가입자 늘리려 제살깎기 경쟁


본지가 입수한 A이통사의 4월 리베이트 정책표에 따르면 팬택 ‘베가 LTE’ 또는 LG전자의 ‘옵티머스 LTE’ 스마트폰으로 번호이동을 통해 62요금제(월 6만2000원 요금) 고객을 1명 유치할 경우 소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는 95만원에 달한다.

이는 평소 리베이트인 20만∼30만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들 전화기의 출고가는 각각 89만원, 79만원으로 리베이트 금액이 출고가보다도 많다. 이통사로서는 전화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셈이지만 고객 감소를 막기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다른 이통사들도 갤럭시 노트 등 인기가 높은 최신 스마트폰에 대해 50만∼60만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62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은 이통사의 약정할인(2년 계약 기준)을 통해 38만∼48만원 정도를 할인받고 소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중 추가 할인을 받아 사실상 무료로 전화기를 구입할 수 있다. 리베이트 금액이 커지다 보니 소매점은 무료로 전화기를 팔아도 대당 4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고, 고객의 약정 위약금을 대납해 주거나 현금이나 경품을 추가로 지급해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B통신사는 텔레마케팅을 통해 LTE에 가입할 경우 최신 휴대전화를 60만원 할인해 주고, 추가로 50만원을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방통위 강도 높은 제재 나설듯


리베이트가 커지면 소비자는 싼값에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신시장에 부담을 주고 통신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말기 출고가가 턱없이 높아지는 원인도 된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이통사에 마케팅 과열의 책임을 물어 과징금을 부과했고, 추후 다시 시장이 혼탁해질 경우 영업정지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마케팅 과열현상이 다시 나타났음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지나친 관망이 이통사 간의 무한경쟁을 부른 측면도 있다.

방통위가 뒤늦게 과열행위 긴급중지라 공문이라는 처방을 내렸지만 시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강도 높은 추가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방통위가 정권 말기 기업 제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현 사태를 방관하거나 경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고질병인 보조금 경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경쟁사에서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이통사들의 무리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2010년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7조4910억원에 달한다. 2014년까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망 구축에 쓰기로 한 6조7000억여원보다 많다. 올해 LTE 시장을 잡기 위한 본격 경쟁이 벌어지면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품·공짜… 출혈경쟁 지속

‘LTE폰 구매 시 제주도 왕복항공, 호텔 2박 숙박권을 드립니다.’ 최근 경기도 일산 동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은 이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난해 12월 한 홈쇼핑은 스마트폰 ‘넥서스S’로 3만4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가입비 무료에 27인치 3D TV를 경품으로 준다고 방송했고 또 다른 홈쇼핑은 스마트폰 단말을 무료로 제공하고, 59만원 상당의 TV 또는 백화점 상품권과 디지털 카메라를 경품으로 준다고 광고했다. 마케팅 전쟁이 가열되면서 이통시장에는 요즘 각종 고가의 경품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한도를 27만원으로 한정했는데 어떻게 이처럼 비싼 경품을 주고 80만∼90만원이나 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폰’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일까.
 
판매가 90만원의 휴대전화를 6만2000원짜리 요금제로 약정 구입하면 이통사별 ‘요금할인’을 통해 45만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요금할인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단말기 값 할인으로 정부가 규제하는 보조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머지 45만원 중 27만원은 이통사가 주는 공식적인 단말기 보조금으로 할인된다. 남는 18만원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수익원인 수당에서 추가로 깎아줘 이용자는 ‘공짜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통사들은 경품 제공은 대리점 차원의 이벤트 행사로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27만원 이상 할인 혜택을 보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 대리점·판매점이 자신들의 수당을 포기하고 실시하는 자체 할인 덕분”이라는 입장이다. 시장 혼탁의 책임이 대리점·판매점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통사 지원 없이는 할인도 없다

하지만 이통사의 지원이 없는 과다 마케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선 대리점, 판매점 측의 설명이다.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영업하는 대리점(직영점 포함) 수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2800개, LG유플러스가 1200개 정도다. 판매점은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받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특정 통신사 제품만을 취급하는 대리점과 달리 3개 통신사의 제품 모두를 판매한다. 업계는 대리점·판매점이 최소 3만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리점은 일반적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할 때마다 제조사·이통사로부터 20만∼30만원의 수당을 받고 가입자가 내는 2년 요금의 6∼10%를 챙긴다. 대리점은 이 중 수당을 판매점에 넘기는 조건으로 재판매에 나서게 된다.
 
판매점은 수당을 챙기는데 평소라면 자기들이 가져갈 수익의 전부인 20만∼30만원을 할인해 주며 ‘공짜폰’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 대리점과 판매점이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로부터 받는 수당 규모는 50만∼6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통사는 판매 대수가 많은 대리점에는 별도의 ‘장려금’까지 지급한다. 이통사는 ‘공짜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통사의 대대적인 지원 덕분에 판매상들이 싼 값에 전화기를 팔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통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수당이나 장려금만 줄여도 가입자들의 요금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5조원, 순이익은 3조원이나 되지만 요금 인하 등 소비자 혜택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통신사 간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폭증했고, 그 부담이 통신비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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