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산 소주 '처음처럼'이 무지 잘 나가고 있네요. 처음처럼의 수도권 시장 점유율이 11.8%로 올라섰고, 동시에 부동의 1위 진로 '참이슬'의 수도권 시장 점유율은 92%에서 87%로 떨어졌습니다.(3월 기준) 여전히 참이슬이 부동의 1위인 것은 사실이나, 진로의 수도권 소주 시장 점유율이 9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소주하면 '진로', '참이슬'이라는 인식이 있어왔잖습니까? (서울, 수도권지역 얘깁니다. 지방은 좀 다를 수도...)
두산이 '산'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죠. 내부적으로 "이번에는 다르다. 된다"라는 분위기가 아닐까요. 반대로 진로입장에서 보면 1등은 자신이지만, 두산의 선전에 씁쓸함을 느낄겁니다.
그런데 처음처럼, 이전의 소주와는 뭐가 다른 걸까요? 처음처럼이 제품의 특징으로 강조한 게 두가진데요. 하나는 도수를 낮췄다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몸에 좋은 물을 썼다는 거죠. 그런데 '좋은 물' 이거 주류 업계에서 처음 썼던 마케팅 전략은 아닙니다.
하이트 아시죠? 1993년 '150미터 지하 천연 암반수'라는 광고와 함께 등장해 대 히트를 친 맥주죠. 당시 맥주 판매 1위였던 OB를 꺾고 우리나라 '국민맥주'가 됐죠. 그 하이트 맥주가 돈 좀 벌었는지, 진로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두산(OB)에 물 때문에 지금 물 먹게 생긴겁니다.
뭐 시장 판세야 더 두고봐야 알 일입니다만...물 이거참 '물건'입니다.
주류뿐만아니라 모든 요리에서 물은 참 중요합니다. 어떤 물을 쓰느냐가 음식의 맛을 바꾼다 이말입니다.
전에 파스타 취재 때문에 만났던 이탈리아 주방장 클라우디오 쿠키아렐리씨는 "한국에서 만드는 파스타는 물과 밀가루가 다르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만든 파스타와는 맛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분들도 가끔 음식 맛에서 '수돗물맛'(물론 이런 맛은 없습니다만...)을 느끼실겁니다. 이런 요리는 최악이죠. 제대로 된 맛을 내려고 쿠키아렐리씨는 이탈리아 지방의 지하수 대신 한국의 광천수를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똑같은 맛은 아니지만 비슷한 맛을 내기위한 정성인거죠.

◇드립커피를 만들고 있는 허형만씨


커피도 마찬가집니다. 커피가 또  얘기하자면 할 게 많은 놈인데. 커피의 맛은 커피콩과 물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압구정 허형만 커피하우스를 운영하시는 허형만씨는 커피 강의를 할 때 물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으시죠. 그가 말하는 좋은 물은 '경도'가 낮은 물입니다. 경도란 물에 녹아있는 칼슘염, 마그네슘염의 농도를 말합니다. 이 경도가 높은 대표적인 물이 에비앙이죠. 전 개인적으로 이 물 별로 안 좋아합니다. 느끼하잖아요. 그냥 먹기에는 어떤지 몰라도 이 물을 이용해 커피를 우리면 맛이 제대로 안나죠. 못 믿겠으면 한 번 해 보세요. 반대로 삼다수는 시중에 파는 물 중 커피 끓이기에 좋은, 경도가 낮은 물입니다. 더 좋은 물도 있겠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도가 낮은 물 직접 찾아보시길...생수 병 보시면 성분 표시 잘 나와있으니 참조하시면 됩니다. 심심하신 분이라면 이런저런 물로 직접 커피도 타 보시고 결과도 올려주시고 하면 좋겠네요.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수십권의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일본 만화 '요리의 달인'에 보면 와사비 얘기가 나오거든요. 거기서 좋은 와사비의 조건으로 물을 꼽았죠. 재료 자체도 물이 중요한 요인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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