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CD 구입하세요?" 내가 가끔 듣는 말이다. 나는 적게는 한 달에 1개, 많게는 3~4개의 앨범, 혹은 컬렉션을 구입한다.

 MP3가 대세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CD에는 MP3로는 채울 수 없는 만족감이 있다. 앨범을 소유한다는 기쁨도 있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MP3로 전환해 들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질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의 귀가 고급스러워 진 까닭인지 수십만원 대의 이어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고급 이어폰으로 사람들은 휴대용 MP3의 음악을 듣는다. 대부분은 그게 다다. 욕하자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수십만원은 아니더라도 5만원 이상은 줘야하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구입했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비용대비 만족도는 떨어진다. 이어폰이 아무리 좋아도 음원과 재생기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휴대용 기기는 대체로 야외에서 이용하게 되는데, 주변의 소음도 음악의 몰입도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때면 집에 있는 오디오를 이용한다. 스피커, CDP, 인티앰프 다 합해 100만원 안짝이다. 이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해 다운 그레이드를 고려 중이다. 대신 남는 돈으로 방에 하나, 마루에 하나 도합 2개의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할 생각이다. 조금 신경 써서 오디오를 골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수십만원짜리 헤드폰으로 MP3 플레이어를 듣는 것보다는 같은 값으로 오디오를 사 듣는 것이 귀가 더 즐겁다.

 무엇보다도 내 작은 소비가, 나의 즐거운 음악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는 바탕이 된다.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음반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다면 생산되는 음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싼 물건을 놔두고 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건 현명한 소비가 아니지만, 좀 더 돈을 주더라도 가치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은 현명하다. 특히나 클래식 쪽은 전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싼 가격에 음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구하기도 힘든 불법 복제 MP3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CD를 구입하는 쪽이 훨씬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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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쯤 6만원을 주고 구입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 그땐 다 이렇게 비쌌다. 훨씬 더 비싼 앨범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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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구입한 베에토벤 컬렉터 에디션. 50장에 7만1500원이다. 이쯤되면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다 들을 수 있느냐가 문제. 사실 이런 컬렉션 발매는 음반사의 제살깎아먹기 정책으로, 악화된 시장상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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