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뜻함)’이라는 말은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서도 통한다. 양보할 수 없는 특허전쟁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애플 때문에 웃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일제히 출시한 태블릿PC ‘뉴 아이패드’가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아이서플라이(IHS)가 이날 공개한 뉴 아이패드의 제조 단가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대 부품 공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IHS 따르면 뉴 아이패드 4세대(4G) 32기가바이트(GB) 모델의 판매가는 총 729달러로 제조비용은 부품비용 364.35달러와 조립비용 10.75달러를 합한 375.10달러로 파악됐다.

IHS는 삼성전자가 뉴 아이패드 출시의 최대 수혜자이며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가격은 단일 부품 중 가장 비싼 87달러이며, 프로세서의 가격은 23달러로 전체 부품 비용 중 30.2%를 차지한다. 삼성은 이밖에 도시바·하이닉스 등과 함께 33달러60센트짜리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며, 배터리도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낸드플래시를 합친 삼성의 뉴 아이패드 부품 공급 비중은 39.4%이며 배터리를 포함하면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가 매섭기는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태블릿PC 시장의 절대 강자다. 2011년 4분기에만 1540만대의 아이패드를 팔았고, 지난해 전체 판매량은 3000만대 안팎으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와 IHS 등은 올해 1억대 이상의 태블릿PC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계는 애플의 점유율이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뉴 아이패드가 올해 6000만대 팔린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공급만으로도 66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애플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으로부터 이처럼 막대한 부품을 공급받는 것은 삼성을 대체할 마땅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과 특허전쟁을 벌이며 그간 부품 다변화 정책을 펴 왔지만, 뉴 아이패드에 새로 탑재된 2048x1536 픽셀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적정한 가격에 낮은 불량률로 제작할 만한 다른 업체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전 기종의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와 샤프 등 여러 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최근 애플이 다른 업체에서도 뉴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를 조달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당분간은 대부분의 수량을 삼성전자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로서도 특허 소송전을 이유로 세계 최대 고객인 애플에 부품 공급을 꺼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 외에도 애플의 ‘맥북에어’와 ‘아이폰’ 등에 쓰이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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