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장 내 3D 프린터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가 10일(현지시간) 나흘을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제품은 TV와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였다. 하지만 이들 기기에서 진짜 ‘혁신’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혁신은 메인 전시관인 센터홀 북쪽, 변방에 자리 잡은 노스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3D 프린터 기술이다.

 

3D 프린터 499달러…대중화 성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기업들이 들어선 센터홀과 달리 북쪽 전시관인 노스홀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이 차린 작은 부스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관람객도 센터홀에 비해 적었지만 유독 한 지역은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했다. 수십여개의 3D 프린팅 업체들이 모여 있는 ‘3D 프린팅 테크 존’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전미가전협회(CEA)에 따르면 3D 프린팅 부스 자리는 기존 계획보다 25%나 늘렸지만, 일찌감치 배정이 끝났다.
 

3D 프린팅 기술 자체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형 가전 전시회나 통신 전시회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이 선을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당시는 실험적인 기술 정도로만 여겨졌다.
 

올해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수십여개의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고, 가격도 다양해지면서 이제 일반 가정에서도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 이르렀다.
 

대만 업체인 ‘XYZ프린팅’은 이번 전시회에 첫 3D 프린터 ‘다빈치 1.0’을 선보였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최고 20㎝인 물체를 만들 수 있는 이 프린터의 가격은 499달러다. 프린팅 속도는 느리고 정밀도도 떨어지지만, 분명 일반인이나 가정에서도 구매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가격이다. 해상도(resolution)가 0.1㎜인 솔리두들사의 3D 프린터는 999달러에 살 수 있다. 비싼 제품은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에 이르지만, 그만큼 해상도나 기기 성능도 좋아졌다.
 

수백달러 수준의 3D 스캐너도 선보였다. 물체를 스캐너에 올려놓거나 스캐너를 들고 물체 주위를 한바퀴 돌려 3D 이미지를 컴퓨터에 저장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할 수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들. 설계도만 있으면 모형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장난감·음식·의료기 등 다양한 활용
 

3D 프린터로 뭘 할 수 있을까. 집에서라면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크리스마스 트리용 장식을 만들 수 있고, 스마트폰 커버나 배관, 부러진 문고리를 등을 대신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이번 CES에서는 예쁜 모양의 초콜릿아나 설탕 모형을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도 선보였다. 5000달러∼1만달러 선으로 이 역시 가격이 떨어지면 가정에서도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의 한 병원에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내시경 수술 기구를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규격대로 만들어진 수술 도구를 써야 했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환자와 해당 수술에 적합한 도구를 바로 만들어 쓸 수 있다.

 

특히 값싼 3D 스캐너의 등장으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물체를 쉽게 복사해 인쇄할 수 있게 됐고, 스캐너가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3D 설계도를 입수해 프린트할 수 있다.
 

3D 프린터가 대부분의 물체를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진다. 이미 미국 필라델피아주는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 때 이른 걱정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3D 프린터의 보급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시장조시기관인 IDC는 2012년 2800만달러 수준이던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2017년에는 3억2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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