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OS)를 포함한 ‘플랫폼(Platform)’이 현대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승패는 누가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4개의 독보적인 기업들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꼽았다. 이를 입증하 듯 이들 기업은 최근 발표된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2013’ 평가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 상승률을 보이며 상위에 랭크됐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플랫폼 전략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바로 외부의 ‘참여’와 비핵심 분야의 투자를 통해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지렛대 전략’이다.


 

◆개방전략으로 판을 키운다

세계 이동전화 가입자는 2012년 말 기준으로 65억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2016년에는 가입자가 8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모바일 가입자 확산에는 스마트폰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에는 애플과 구글, 두 기업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79.3%, 애플의 iOS가 13.2%를 차지했다. 3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점유율은 3.7%로 1·2위와 격차가 크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연 장본인으로 OS 시장 점유율이 구글에 밀리고 있지만 단일 스마트폰 생산 기업으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구글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의 힘을 등에 업고 모바일 OS 시장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OS를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은 닮은 부분이 있다. 바로 외부 기업과 개인의 참여를 통한 성장이다. 애플과 구글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 누구나 앱을 올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앱 장터의 활성화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가져오는 큰 힘이 됐다.

이후 두 기업은 음반사와 출판기업, 영화사 등 외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 모바일을 거대한 콘텐츠 유통 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두 기업의 차이점은 구글이 OS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라이선스’ 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애플은 자사의 기기에 OS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플랫폼을 스마트 기기를 팔기 위한 지렛대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구글은 핵심 사업인 광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OS 개방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 많아지면 플랫폼 힘도 커져

아마존의 핵심 사업은 유통이다. 애플이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면, 아마존은 콘텐츠를 팔기 위해 이를 유통하는 하드웨어를 헐값에 유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콘텐츠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이 저가에 공급되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까닭이다. 킨들이 아마존에는 콘텐츠 판매를 위한 지렛대인 셈이다.

종이책을 파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경쟁 관계에 있던 서점에 수수료를 주는 대신 그들의 웹사이트에 자사의 웹사이트를 링크(연결경로)해 유통 경로를 늘렸고, 이후 전자책과 DVD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미 1999년 1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아마존은 현재 전세계 220개국 2만2000개가 넘은 웹사이트와 연결돼 있다. 이들이 물건을 팔 때 수수료를 받는 거대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잠재적 수익원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5월 기준으로 11억 인구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1억6800만명), 브라질(6400만명), 인도(6200만명), 인도네시아(5100만명) 등에 특히 사용자가 많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다른 서비스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고, 주로 광고와 게임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 기업공개(IPO)후 38달러이던 주가가 17달러 선까지 폭락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와 광고를 제외한 수익 모델 부재 등은 여전한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출이 살아나며 다시 주가가 50달러 선으로 급등했고 브랜드 가치는 무려 43%나 상승하는 등 위기론을 벗어나는 분위기다.

◆플랫폼 전쟁, 싸움터는 모바일

애플과 구글은 물론 아마존, 페이스북도 최근 모바일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PC 사용자들이 모바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4인방의 서비스는 모바일 시장에서 현재 상호 보완작용을 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서비스를 iOS용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애플은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 기기에서도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항상 공생 관계인 것은 아니다. 애플과 구글은 한때 중요한 사업 파트너였지만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에 진출한 후 애플은 구글을 거세게 비난했고, 지난해엔 모바일 기기에 기본 채택해왔던 구글의 서비스들을 삭제했다.

아마존은 구글·애플에게는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아마존이 파는 음악이나 도서, 영화는 애플과 구글도 팔고 있다. 아마존은 독자적인 앱 마켓 구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바일용 하드웨어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SNS 분야에선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모바일 시장은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시장 진출 가속화와 애플, 구글의 양강 구도가 심화되면서 이들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과의 경쟁과 함께 4강 간의 주도권 다툼도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브랜드 파워 애플·구글 1·2위… 코카콜라 제쳐

“HW·SW 연결하는 플랫폼의 미래가치 평가”


코카콜라가 13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 파워 1위 자리를 애플과 구글에 내줬다. 브랜드 조사기업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2013’에서 애플과 구글이 코카콜라를 제치고 브랜드 가치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어떻게 코카콜라를 앞설 수 있었을까. 자세히 뜯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13일 인터브랜드의 분석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 기업 중 4개 기업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점과 플랫폼(Platform)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승률이 높은 ‘톱5’ 기업은 누구나 잘 아는 글로벌 기업인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프라다다. 패션 기업인 프라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조사에서 브랜드 가치가 애플은 983억1600만달러로 28%, 구글은 932억9100만달러로 34% 상승했다. 아마존은 19위로 27%, 페이스북은 52위로 43%나 높아졌다.

1위 애플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재와 세간의 혁신성 저하 우려에도 여전히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1565억800만달러의 매출과 552억4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기업의 회계장부상 실적은 타 기업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2위 구글은 매출 501억800만달러, 영업이익 127억6000만달러로 8위인 삼성전자(매출 2688억달러, 영업이익 262억달러)보다도 낮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아마존은 610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고, 페이스북은 51억달러 매출에 5억38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단순히 회계장부만 놓고 본다면 이들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률과 순위는 아이로니컬하다. 인터브랜드는 혁신성 등 여타 항목과 함께 회계 항목 평가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음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전 세계 어떤 사업체보다도 견고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어떤 플랫폼보다도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된 셈이다.

이번 평가 외에도 많은 전문가가 이들 기업의 가치를 높게 보고, 기업들은 이들의 전략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인터브랜드의 평가는 IT산업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에서 플랫폼이 가지는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플랫폼들은 빠르게 확장하며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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