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장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특허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담당 재판부가 합의를 위한 협상을 명령했으며, 양사가 이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 모색은 법원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외분쟁해결기구(ADR)를 통해 합의 협상을

하겠다고 요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재판부는 협상기한을 90일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과 애플의 팀 쿡 CEO가 직접 만나게 된다. 양사가 일진일퇴 공방을 거듭하며 실속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만큼 업계는 어느 때보다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법적 분쟁은 애플이 지난해 4월15일 미국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9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양측이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애플이 일부 국가에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가처분을 이끌어내기는 했으나 양측 모두 상대방에 결정타를 날리지는 못한 채 법정 분쟁은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양사 대표가 조지프 스퍼로 판사의 중재 아래 샌프란시스코 소재 법정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합의 협상은 완전히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ADR를 통해 합의를 모색하라는 루시 고 판사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전한 뒤 “이 상황에서 양사는 모두 협력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뮐러는 “하지만 이 같은 합의 모색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구글과 오라클도 지난해 가을 이와 유사한 법원의 명령을 받았으나 결국 지난 16일부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법원은 양사가 만나 합의를 모색하도록 중재할 수는 있지만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협상에 나서게 됐다”면서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 세계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해도 승자 없는 지루한 특허권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독일 등에서 양측 간의 특허권 분쟁과 관련한 5차례의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 어느 한쪽이 이렇다 할 승리를 거두지 못해 특허소송이 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승자 없는 소모전 계속

독일 뮌헨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 10.1N과 갤럭시 넥서스 스마트폰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현시시간) 기각했다. 애플은 지난해 자사의 터치스크린 관련 기술 특허가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애플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안드레아스 뮐러 판사는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해당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범용되고 있다는 것을 삼성 측이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을 비롯한 올해 다섯 차례의 법정 판결에서 애플과 삼성 가릴 것 없이 소송을 제기한 측은 모두 기각당하거나 패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일과 27일 독일에서 제기한 통신기술 특허침해 본안 소송에서 패소했고 애플은 20일 네덜란드에서 갤럭시탭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당했다.
 
삼성전자가 31일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풀어달라며 독일에서 제기한 재판에서 패해 이 제품의 판매를 재개할 수 없게 됐지만, 대체 제품인 갤럭시탭 10.1N을 팔고 있어 애플이 승리를 거뒀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올해 열린 재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두 상대 진영을 향해 헛손질만 한 셈이다.
 
◆본안 소송 본격화

소송이 이처럼 일진일퇴하는 것은 각국 법원이 양측 특허권을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기술은 이미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데다 한쪽 기술의 특허권을 인정할 때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국제 법률 회사의 배만 불려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가처분 소송이 마무리되고 본안 소송이 본격화하면 단 한번의 재판 결과에 따라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어 양사의 긴장은 더욱 팽팽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이달 14일과 3월2일로 예정된 양측 간 소송전은 그 결과에 따라 향후 특허 분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에는 독일에서 애플이 제기한 사용자환경(UI) 특허 침해 본안 소송이, 3월2일에는 역시 독일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통신기술 특허 침해 본안 소송이 열린다.
 
애플이 2월 소송에서 패하면 디자인 등에 대한 권리 주장은 크게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월에 패하면 독일에서 제기한 3건의 특허 본안 소송에서 모두 패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특허권 분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면 꼭 승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도로 9일에는 애플이 갤럭시탭 10.1N 제품에 대해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제기한 디자인 저작권 위반 가처분 소송의 판정이 예정돼 있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기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DC가 2일 발표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932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6%를 기록, LG전자와 중국 ZTE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억2940만대(점유율 21.3%)를 팔아 노키아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량이 3억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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