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이긴 하지만 플랫폼의 불모지로만 여겨졌던 한국에서도 스마트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 삼성전자의 ‘챗온’ 등 인터넷 메신저다. 인터넷 메신저는 기업 마케팅, 게임 유통망으로 위력을 발휘하며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라인은 현재 2억4000만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일본의 라인주식회사가 서비스하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를 시작으로 유럽, 남미, 인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지는 “페이스북이 3년 동안 5800만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라인은 1년 만에 5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며 “라인의 성장 속도가 페이스북보다 3배나 빠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라인주식회사가 조만간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으며, 증시 상장 시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기업공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라인 상장을 통해 재미를 보려는 투자은행들의 소문 부풀리기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만큼 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사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 시작 3년3개월 만인 7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으며 기업 마케팅에서 게임·콘텐츠, 쇼핑몰, 음원 영역으로 관련 서비스를 계속 확장 중이다.

아직 제대로 된 플랫폼 역할은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내놓은 인터넷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챗온’도 최근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어 향후 시장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8억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개선해 이메일 주소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올해 메시지 서비스 ‘행아웃’을 별도의 서비스로 분리한 데 이어 새로운 안드로이드 OS 버전에서는 행아웃에서 일반문자(SMS, MMS)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글은 카카오톡 등 다른 메신저에도 일반문자 수신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지만, 행아웃 서비스가 스마트폰에 선점될 경우 불리한 경쟁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포털에 대한 규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정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권고안에 외국 서비스가 빠져 있어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정부의 규제 속에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은 구글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는 수년 만에 점유율이 2%에서 74.4%로 치솟았다. OS와 동영상 서비스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며, 이 밖에도 개발용 소프트웨어와 서버 관리 등 정보기술(IT) 각 분야에서 외국산 플랫폼이 사실상 국내 시장을 점령한 상황이다.

 

◆과도한 차별에 플랫폼 산업 위축 우려

유 의원이 공개한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8월 유튜브의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시장 점유율은 7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아프리카TV는 13%, 다음TV팟은 8%, 판도라TV는 4%에 불과했다. 2008년 점유율은 유튜브 2%, 아프리카TV 23%, 다음TV팟 34%, 판도라TV 42%로 불과 5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유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 시행과 함께 유튜브의 점유율이 15%로 높아졌고, 저작권법 삼진아웃제가 시행된 다음 달인 2009년 8월에는 24%로 다시 상승했다”며 “이는 악성댓글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확대 시행한 인터넷 실명제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를 몰락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삼진아웃제는 정부가 불법복제물 등의 복제·전송으로 3회 이상 경고한 복제·전송자의 계정을 정지하고, 해당 게시판의 서비스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제도 시행 후 착한 이용자들까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유튜브 서비스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은 광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IT 서비스 시장의 핵심 플랫폼 중 하나다. 유튜브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이용자 10명 중 9명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며, 세계 100대 브랜드 기업의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는 매년 73%씩 늘고 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OS의 장악이 구글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를 가져온 요인이겠지만, 정부 정책도 이를 부추긴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유튜브의 성장은 방송을 비롯한 국내 광고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포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진아웃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업체의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 부족… 하드웨어 산업 치중

제대로 된 국산 플랫폼이 없는 것이 정부의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껏 장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플랫폼 구축보다는 하드웨어 부문에 치중해 왔다. 기업 정보화에 필요한 각종 플랫폼도 이미 해외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폐쇄형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일쑤였다. 플랫폼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플랫폼 개발과 확대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략 동향’ 보고서를 통해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툴(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납기에 쫓겨 고객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구현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의 세일즈포스사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지원하는 신생 플랫폼 회사인 히로쿠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회사인 파스를 8500만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의 유튜브 인수액은 무려 1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모바일 OS인 ‘바다’를 개발해 상용화했지만 결국 시장 확대에 실패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이라는 게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에코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만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주도한 OS에 대한 경쟁사들의 반감도 실패의 요인으로 꼽힌다.

OS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OS를 활용할 기기를 만드는 회사와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많아져야 OS가 살아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S를 만들어도 이를 활용할 제조업체나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구축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만큼, 먼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가 10억건을 돌파했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는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9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카카오톡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가 10억건을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건수는 지난해 1월 하루 1억건에서 5월 3억건, 7월 5억건, 11월에 7억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12월 말 10억건을 기록했다. 세계 모바일 메신저 순위 1위인 ‘왓츠앱’은 서비스 시작 2년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0억건 전송 기록을 달성했다.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 10억건을 기록하려면 1초에 1만1574건, 1분에 69만4440건의 메시지가 전송돼야 한다. 이는 구글의 1분당 검색 건수(69만건)나 페이스북의 분당 글(status) 업데이트 수(69만5000건)와 맞먹는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4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7월에 2000만명, 11월에 30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전체 사용자 수는 해외 사용자 600만명을 포함해 3200만명이다.
 
카카오톡의 하루 방문자 수는 전체 사용자의 80%이며, 1인당 평균 친구 수는 65명이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검색한다는 말이 ‘구글링한다’는 신조어가 됐듯이 ‘카톡해’가 ‘문자해’라는 말 대신 쓰이는 신조어가 됐다”며 “전 세계에서 ‘카톡해’라는 말이 쓰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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