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비정규직 고용해, 돈 많이 버는 기업가들이 귀빈 대접을 받게 생겼다.

 인수위가 이명박 당선자의 뜻을 받들어 기업인 1000명을 선정,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공항 귀빈실에 가보니 기업인은 없고 정치인만 있다.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인이 귀빈실을 써야 한다고"고 말한 바 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우리나라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이미 떵떵거리고 대우 받을 만큼 받으며 사는 '귀빈'이다. 재벌 총수들을 보라. 주변에 가신들이 드글대고, 정치권과 검찰도 눈치를 볼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지금도 공항에서 '특별 손님'인 이들이 앞으로는 공식적인 '귀빈'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돈 잘 버는 기업가들은 나라가 인정해 주는 귀한 분이 되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노동자들은 그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2008년 1월 8일자 중앙일보에 '기업인 1000명 공항 귀빈실 이용'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3년 연장 추진'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노둥부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인수위에 보고한다고 한다.

 2006년 11월 이 법안이 만들어 질 때, 정부와 기업에서는 비정규직 고용기간 3년을 노동계에서는 1년을 주장했다. 그 절충안으로 2년의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정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협상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기업의 주장대로 비정규직 3년 고용이 가능하게 법을 뜯고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기업들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미리 해고하거나 아예 비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이 기간 중 해당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담도 없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2년차는 자르고, 3년차는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준단 말인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임금이 싸고, 맘껏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소모품처럼 쓰다가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새 인력을 구하면 그뿐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운전기사, 간병인 등 32개 업종으로 제한 된 파견근로자 허용 업종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쉽게 쓰고, 자를 수 있는 파견 근로자를 모든 업종에서 맘껏 고용하게 해 주겠다니 기업인들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20대의 대부분은 저임금 고노동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88만원 세대'다. 일부 전문직이나 공무원, 공기업 등을 제외하고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정규직' 자리마저 줄어든다면 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정규직이 되지 못한 고속열차 여 승무원들의 길고 처절한 싸움을 보라. 고속열차 운행을 앞둔 2004년 2월 새 직장에 대한 설램과 희망으로 가득찬 고속열차 1기 여승무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비정규직인 건 알고 있나요. 걱정 되지 않아요?" 라는 나의 질문에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 믿는다. 걱정하지 않는다"던 그들의 대답을 나는 기억한다.

 비정규직, 파견근로자는 회사에서 언제 계약 파기 통보를 받을 지 모르는 위태로운 신분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질수록 잘리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약자들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이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공로로 귀빈 대접까지 받게 된 셈이다.

 어차피 돈 많은 사람들은 돈 내고 공항 라운지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지갑이 가벼운 사람들은 그냥 공항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의 논리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기업인들을 떠받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돈 잘 버는 기업인들만 귀한가. 국민 한명 한명이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귀한 사람들임은 이 당선자는 모르는가. 이 당선자가 펼치려는 정책은 '따뜻한 자본주의'인가 아니면 '천민 자본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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