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에게 ‘얼리 어답터’로 통하는 위원국(40)씨는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약정이 만료되는 대로 ‘피처폰(일반폰)’을 구입해 사용할 생각이다. 남들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려 하는데 위씨는 왜 거꾸로 피처폰을 쓰려는 걸까.

위씨는 “언제 어디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그 사람들과 1년 넘게 통화하지도 않고 지낸 일도 있다”며 “실제로는 관계가 단절되고 있는데 넓어진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씨는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스마트폰 사용 후 독서량도 눈에 띄게 줄었고, 전에 외우던 지인들의 전화번호도 생각 나질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이용욱(39)씨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나서부터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가 무너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일과 중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와 관련된 메일을 확인하고, 일의 경중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답신을 하고 있다. 이씨는 위씨처럼 스마트폰을 없앨 수도 없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이씨에겐 스마트폰이 ‘족쇄’인 셈이다.

위씨나 이씨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하면 분석능력의 마비, 불안감, 자기 회의감이 증가하는 ‘정보피로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여전히 늘고 있지만 정보의 홍수에 질린 이들은 SNS 계정을 폐쇄하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역주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SNS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올린 글과 사진을 모두 지우고 계정까지 없애주는 ‘웹 2.0 자살기계’까지 등장했다.

독일 언론인 크리스토프 코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40일 동안 끊고 지낸 후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40일 후 “안정과 집중, 드디어 시간을 찾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20대 때부터 줄곧 2세대 ‘피처폰’만 쓰고 있다는 무역업체 직원 김모(39)씨는 “지하철을 타면 모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좀비같다”며 “스마트폰이 정말 스마트한 삶을 만들어 주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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