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4년 정보화 수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정보화격차 해소에 관심을 쏟아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이 보다 쉽게 정보기기에 접근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단편적 전략에서 탈피해 복지·산업·문화가 어우러진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 차원의 노력도 요구된다.

◆정부·기업,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장노년층 등 이른바 정보소외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100점 기준) 대비 72.4점으로 2004년(45점)보다 격차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정보화 수준만 놓고 보면 취약계층이 26점으로 격차가 매우 크다.

정부에서 꾸준히 정보화 교육을 하고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지만 새로운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서 정보소외계층과 일반국민 간 정보격차 간격이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 고령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을 여는 등 정보격차 축소를 목표로 콘텐츠 육성에 나섰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예산지원도 형편없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정보화 예산은 2조9500억원에 달했지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은 196억원에 불과하다. 스마트 기기 등장에 따른 ‘신(新)정보격차’ 문제가 새롭게 떠올랐음에도 올해 관련 예산은 201억원으로 고작 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인식 변화와 장기적인 지원책도 요구된다. 많은 기업이 저소득층·농어촌 PC 보급지원, 정보화 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생색내기에 머무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정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3사와 방송·통신 유관기관을 통해 스마트 미디어 활용교육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단말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보격차 해결을 위해 PC 보급사업처럼 저렴한 스마트 기기를 개발해 보급하고, 농어촌 거주자·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기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민관 매칭펀드 조성, 중장년층을 위한 인터넷비즈니스(e-Biz) 창업 지원 등이 실례로 꼽힌다.

최두진 정보화진흥원 단장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지원이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자정부 구현 등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 차원에서는 정보소외계층을 위한 저렴한 요금제를 확대하고 제조업체에서도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보시민 양성 ‘디지털 통합정책’ 필요

우리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정보소외계층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정보소외계층 정보화 정책을 기기 중심의 ‘정보격차 해소’가 아닌 ‘디지털 통합’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정보소외계층 정보화 사업을 특정 집단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정보 능력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활성화시켜 경제발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발표한 ‘디지털 통합 선언문’에서 정보화를 통해 고령자들이 경제·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문화 다양성을 높이고 고용 증대 등 ICT 산업의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디지털 통합을 위한 민관의 협력을 강조한다. 영국 정부는 전자상거래사업가이자 자선가인 마사 레인 폭스를 ‘디지털 통합 챔피언’으로 임명, 전 사회부문의 공동 협력을 이끌어 내는 ‘레이스 온라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민간·사회단체로부터 디지털 통합 추진을 위한 1만개의 ‘약속’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사 레인 폭스는 정보소외계층 지원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통합으로 영국의 모든 국민이 온라인 활동을 하게 되면 쇼핑 비용 감소, 실업자의 고용 기회 개선 등으로 220억파운드(약 42조원)의 사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본 역시 디지털 통합을 위해 ‘i-2015 전략’을 수립했다. 일본은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공공·민간 부문의 ITC 서비스 육성을 통해 농업·의료 개혁, 전자 정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스마트폰 시대의 모바일 디바이드’ 보고서에서 “정보격차를 줄이려면 단순하게 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뿐 아니라 제도적 방안과 문화적 방안이 함께 어우러진 통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