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가 추진된다. 또 2014년부터 인터넷상 주민번호의 수집·이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년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폐지라는) 결론을 예단해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악성 댓글 방지책으로 청소년 인터넷 윤리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는 등 사실상 폐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또 케이블TV·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수신료와 시내전화 등 통신요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방송통신 요금의 근로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규제를 완화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료방송 수신료와 통신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는 기획재정부와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 유형별 편성규제를 통합해 시간당 총량만을 규제하는 ‘광고총량제’의 도입도 ‘지상파 봐주기’, ‘공영성 훼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스마트 분야 활성화를 통해 1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가일 뿐, 방통위의 역할은 별로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터넷 정책 대대적 손질 왜?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폐지 등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현재의 제도가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악성 댓글’을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논란만 일으켰다.
 
최근 트위터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 서비스는 가입할 때 실명제 확인을 하지 않고 국내법으로의 규제도 불가능하다. 인터넷 실명제에 반발하는 이용자들은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한국 서비스가 아닌 해외 서비스를 우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가 자유롭게 연결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국내법으로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통위는 “2010년 이후 SNS가 급속히 확산하는 등 인터넷 소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도개선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인터넷 실명제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관계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인터넷 본인확인제도의 장단점과 인터넷 환경변화, 기술발전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 제도개선과 보완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될 경우 사실상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네이트·싸이월드, 넥슨 등 대형 인터넷 업체의 개인정보 유출이 계속되면서 인터넷상에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인터넷상의 주민번호 수집·이용도 금지된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1일 방문자 1만명 이상 웹사이트, 2013년부터 모든 웹사이트가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수집된 주민번호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방통위는 2014년부터는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거래 등을 규정한 법률에서는 여전히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주민번호 수집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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