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보름’(음력 1월15일)이다.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이날이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더위팔기, 부럼 깨물기 등의 풍속을 통해 한 해 동안의 건강을 소망했다. 특히나 이날은 먹거리가 풍부한 날이다. ‘상원절식(上元節食)’이라 하여 복쌈, 진채식, 귀밝이술, 오곡밥 등을 먹었다. 조상들은 왜 대보름을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여기며, 이날 먹는 음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원절식은 몸을 지키는 음식

대보름 음식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음식이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지 않았던 옛 시절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해진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를 도와 주는 훌륭한 식품이다. 오곡밥 역시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는 음과 땅을 상징하는 달의 움직임을 중요시한 까닭에 가장 큰 달이 뜨는 이날을 맞아 겨울의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농사 짓을 준비를 시작했던 것. 음식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몸의 원기를 북돋아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을 즐겨 먹었던 습속이 전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곡밥과 약식=궁궐과 반가에서는 약식을 즐겨 먹었고 서민들은 오곡밥을 주로 해 먹었다. 오곡밥은 찹쌀, 차수수, 팥,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넣어 지은 밥. 탄수화물 섭취에 치우친 쌀밥과는 달리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균형 잡힌 음식으로 평가된다. 오곡밥에는 다음해에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담겨 있다. 대보름 날 세 곳 이상 다른 성(姓)씨 집에서 지은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아진다 하여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었으며, 또 하루 동안 아홉 번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해 여러 차례 먹기도 했다. 약식은 찹쌀, 대추, 밥, 꿀, 잣 등을 섞어 찐 밥으로 신라 시대부터 전해진 대보름 음식이다.

▲부럼=‘동국세시기’를 보면 ‘상원(대보름) 이른 새벽에 날 밤, 호두, 은행, 무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듯 호두, 밤, 잣, 은행 등을 깨물며 한 해의 무사태평과 건강을 기원했다. 호두는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고 기침, 가래를 삭여준다.

잣은 한방에서도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식품. 단백질과 지방유가 있어 관절 질환과 신경통 환자에게 좋다. 변비를 없애주며 건조한 호흡기의 윤활제로 천식에도 사용한다. 견과류는 전체적으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우리 몸에 필요한 양질의 지방을 얻을 수 있고 기운을 돋워준다.

▲진채식과 복쌈=진채란 묵은 나물을 뜻한다. 박나물, 버섯, 순무, 콩나물, 고사리, 시래기 등 갖은 나물을 묵혀 두었다가 이날 무쳐서 먹었다. 이것을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복쌈은 취나물, 배춧잎, 김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한다. 이 복쌈을 여러 개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신에게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쌈을 쌓아 먹은 것에는 풍년 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붉은 색은 악귀를 쫓는 색이라 하며 먹었던 ‘팥죽’,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 등의 대보름 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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