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白虎)
, 흰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호랑입니다. 중국에서는 청룡() ·주작() ·현무()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을 이루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집니다. 네 동물은 방위를 상징하기도 하는데요 백호는 서쪽 방위, 금(金) 기운을 맡은 태백신을 상징하죠. 예로부터 무덤 속의 오른쪽 벽과 관의 오른쪽에 그려졌습니다. 현세에서는 쉬 볼 수 없는 귀한 동물입니다.

지난해 말에 마카오에 다녀왔는데요. 마카오 타워를 들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338미터 높이의 타워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건물이죠. 스카이 점프·워크로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납니다. 이 마카오 타워 지하 1층에 백호가 있더군요. 타워가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타이거'(아마 맞을 겁니다. 정확히 기억이...ㅡㅡ.) 라는 카지노가 문을 열면서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백호를 중국 동물원에서 빌려와 전시? 중이라고 하더군요. 희귀한 동물이다보니 백호를 보려는 사람들이 꽤 되더군요.

그런데 유리 창을 사이에 두고 맞닥뜨린 백호는 슬퍼 보였습니다. 어린 새끼였는데요.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들판이 그리워서 였을까요. 풀이 죽은 모습이더군요. 백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틀타익스라는 어린이용 장남감 위에 앉아있는 새끼 고양이. 미끄럼틀이 백호에게도 재미있는 장남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이 동물을 유리방 안에 갇힌 구경거리로 만든거죠. 아마도 제가 본 백호는 생이 다 할 때까지 자유를 얻지 못할겁니다. 만약 내가 자유를 빼앗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에 나오는 '애완동물 인간'얘기가 떠오릅니다. 외계인들이 인간을 장난감 삼아 기른다는 내용이죠.
지금 백호는 동물원으로 돌아갔는지, 혹은 다른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볼거리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픈 눈의 백호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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