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측이 취임도 하기 전에 '대운하' 건설을 계획대로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이자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4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반대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운하는 건설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2일에는 박형준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도대체 왜 이 당선자는 "집권하면 국내외 전문기술자들과 환경전문가들로 하여금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운하 건설을 서두르는 걸까.

 청계천이 그랬듯이 대형 토목공사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름부터 거창하게 한반도대운하가 아닌가. 이명박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이만한 건수가 없다. 4.9 총선을 앞둔 집권 초기 대운하를 통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적어도 공사기간 동안 경제적 효과는 분명히 발생한다. 환경단체 등 운하 반대쪽에서 주장하는 공사액수는 무려 54조원, 당선자 측에서 잡은 액수로 따져도 14조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에 뛰어들면서 전 국토가 공사판으로 변하고, 지역 곳곳에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역시 이명박"이라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는다. 벌써부터 지자체들은 대운하와 관련해 경기 부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4년. 더 연장될 경우 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적어도 이 당선자는 자신의 임기기간동안 민심을 얻어 강력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을 대운하를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물러가고 난 후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함바집'이 사라지듯 대운하 완공 후 지방의 건설 경기는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땅 값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저 거대한 '인공구조물'도 남는다.

 일단 만들었으니 써먹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고속도로로 5시간 철도로는 8시간이면 갈 수 있는 서울-부산을 60~70시간 걸려 운송할 화물이 얼마나 될 것인가. 반나절이면 태평양을 건너는 시대에, 느릿느릿 화물을 운송하는 운하라니. 대량 운송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겠지만, 고속도로와 이동경로가 겹치는 내륙운하라는 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운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2020년이면 지금보다 화물수송 수요가 두배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산업은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고, 생산분야도 시분을 다투는 IT 관련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부운하의 경우 민자로 건설한다고 하니, 건설사의 이익을 챙겨주려면 운송비용 또한 그리 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이익 보전을 위해 정부가 보상을 하거나 수많은 이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업성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환경문제다. 고속도로 때문에 생기는 생태계의 단절이나 터널 하나 뚫는 것 때문에 생기는 자연 파괴도 문제가 되는데, 대운하 건설로 발생할 생태계 변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운하는 물길로 국토를 3등분한다. 동물들도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상류와 하류가 단절돼, 어종의 순환 통로도 막히게 된다. 물론 대비책을 내놓는다고 하겠지만, 자연의 온전한 보전은 물 건너 얘기다.
 
 이 당선자 측에서는 죽어가는 강을 살리기 위해 하천을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천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보를 건설함에 따라 물 부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도로 교통량 감소로 인한 대기오염의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강바닥을 들어 엎는다고 죽어가는 강이 살아날까? 애초에 강을 죽인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다. 만약 운하를 중심으로 공장이 들어선다면, 강의 수질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보나 댐을 만들어 가둬둔 물이 썩지않고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당선자와 같은 한나라당인 홍준표 의원이 "수원지에 운하를 띄우는 나라는 없다. 물은 가두는 순간 썩는다"며 대운하를 반대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대운하 건설은 분명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좀더 심도 깊은 논의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이 당선자 측에서 밝혔듯이 한 번 만들어진 운하는 이명박 정권과 관계없이 100년 후의 후대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물길이 선물이 될지 재앙이 될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공사부터 시작'해서는 곤란하다. 무리하게 서둘러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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